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섬주민에 응급약 배송… 일상 확 달라진다 [뉴스 투데이]

정부, 주소기반 미래산업 발굴

보령·무안 등 선도 지자체 5곳
8억7000만원 투입… 실증 추진

실시간 주차정보로 주차난 해소
사물주소 30만개 부여작업 완료
현행 주소 체계 정확성도 높여
정부 “생활체감 모델 적극 보급”

충남지역 외딴섬에 살고 있는 독거노인 A씨는 고열과 기침 등에 시달리다 못해 보건진료소를 찾았다. 그러나 마을을 덮친 독감으로 해열제 처방을 받을 수 없었다. 기상악화 등으로 최근 여객선 결항이 잦아 해열제 배송이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 보건진료소는 인근 드론배달점으로의 해열제 배송을 요청했다. 드론으로 배송된 해열제를 수령한 진료소는 당일 A씨에게 해열제를 처방할 수 있었다.

 

드론배송이 일상화한 가까운 미래의 생활상이다. 드론배송 서비스를 앞당기기 위해 정부가 차세대 주소정보와 미래 신기술을 융·복합한 새로운 서비스 모델 개발·발굴에 나섰다. 정부는 이를 통해 드론·로봇배송과 자율주행차 주차 등 국민 생활편의 서비스에 혁신을 가져온다는 계획이다.

 

행정안전부는 29일 주소체계 고도화와 주소기반 혁신산업 창출을 선도할 지방자치단체로 충남 보령시, 전남 무안군, 인천 중구, 충북 청주시, 충북 음성군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 5곳의 선도 지자체는 행안부가 올 3월 공모한 ‘2024년 주소체계 고도화 및 주소기반 혁신산업 창출 선도지자체’에 응모한 15개 시·도의 51건 중 사업계획이 우수하고 실현 가능성이 크며 창의성과 활용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이다. 정부는 이들 5개 선도 지자체를 중심으로 국민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주소기반 미래산업 서비스 모델을 발굴해 보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자체 5곳 ‘드론·로봇배송’ 등 실증

 

행안부는 주소기반 드론·로봇 연계 배송 활용모델 개발, 주소기반 자율주행 로봇 배송 확산모델 실증, 주소기반 주차정보 구축 및 주차내비게이션 서비스 실증 등을 위해 선도 지자체에 총 8억7000만원을 투입한다.

 

보령시는 ‘주소기반 드론·로봇 연계 배송 활용모델 개발’에 나선다. 보령시는 고령인구가 대다수이고, 섬 지역이 많은 지자체 특성상 드론과 로봇을 연계한 무인 배송 서비스에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업에서는 섬 지역에서 드론으로 배송된 물품을 자율주행 로봇이 문 앞까지 배달해 주는 서비스 모델을 검증한다.

 

보령시에서는 지난해 우체국 택배와 주소기반 드론배달점을 연계한 섬지역 드론배송 실증 시연을 실시하기도 했다. 시연에서는 긴급의약품을 배달거점에서 35㎞ 떨어진 외연도보건진료소에 배송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정부는 보령시에 드론배송 관제센터를 설치하고, 드론배달점에는 사물주소를 부여해 원활한 배송을 지원했다.

 

인천 중구와 청주시는 ‘주소기반 주차정보 구축 및 주차내비게이션 서비스 모델’을 실증한다. 이 서비스가 활성화하면 주차면마다 주소를 부여해 주차 가능한 주차면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안내받을 수 있게 된다. 자율주행차의 주차도 가능하다. 주차면에 부여한 주소 정보를 활용하면 대규모 주차장 내 사고나 긴급상황 발생 시 정확한 위치 표현이 가능해 신고 및 출동이 한층 용이해지는 효과도 기대된다.

 

무안군은 ‘주소기반 자율주행 로봇 배송 확산모델’ 실증에 나설 예정이다. ‘입체주소정보’를 로봇에 탑재해 로봇이 자율주행으로 배달에 나서는 서비스다. 입체주소정보는 지하도로, 내부도로 등에도 주소체계를 도입해 기존 2차원(D) 평면주소를 3D 주소로 입체화·고도화하는 개념이다. 음성군은 주소체계 고도화 홍보를 위한 도로명 주소 메타버스 교육과 관련 콘텐츠 제작을 맡을 예정이다.

◆주소체계 고도화로 新산업 지원

 

이들 서비스는 ‘주소체계 고도화’ 사업을 기반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행안부의 ‘사물주소’가 대표적이다. 사물주소는 배송지점·주차면 등 사물에 부여되는 주소를 가리킨다. 현행 주소체계에서는 건물에 해당하지 않는 시설물은 별도 주소가 부여돼 있지 않아 드론이나 로봇이 정확한 위치에 물품을 배송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차량용 내비게이션의 경우도 대부분 주차면이 아닌 주차장 출입구까지 안내하는 데 그치는 한계를 갖고 있다.

 

사물주소는 이를 보완한 주소체계로, 드론이나 로봇의 자율주행 배송 정확성을 높이거나 내비게이션이 비어 있는 주차면까지 안내를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전망이다. 행안부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사물 20종에 사물주소 30만개를 부여했다. 전동휠체어급속충전기, 인명구조함, 지진옥외대피소 등 국민안전과 밀접한 사물도 포함돼 구조·구급활동 지원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행안부는 같은 기간 약 74억원을 투입해 주소체계 고도화 및 미래산업 서비스 개발을 위한 41개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지난해에는 주소기반 로봇배달점을 활용한 대학교 자율주행로봇 배송 실증을 500회가량 진행했다. 올해부터는 실효성 결과를 바탕으로 일반 차량용 주차내비게이션 서비스 모델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중앙과 지방이 함께 주소정보를 확충해 주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한편, 국민이 생활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주소기반 서비스모델을 적극 개발·보급해 나갈 예정”이라며 “이번에 선정된 시범사업을 통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발굴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