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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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이견 못 좁힌 尹·李… 의료개혁만 공감 [尹·李 첫 회담]

尹대통령·이재명 대표 첫 영수회담

尹 제안 ‘여야정협의체’ 李 “국회 활용”
25만원 지원·특검법 결국 합의 못해

대통령실 “앞으로 종종 만남 갖기로”
정진석 “다음 독대 제안에 두 분 긍정”
민주 “답답 아쉬워… 소통 물꼬 의미”

이도운 “취임 2주년 기자회견 한다”
尹, 민정수석 만들 필요성 말하기도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첫 양자회담을 갖고 소통의 첫발을 뗐지만, 의료개혁을 제외한 다른 쟁점에 대해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양측은 이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언급한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문제와 연금개혁,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해병대 채 상병 관련 특검 수용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이 대표와 2시간15분 동안 차담 형식의 회담을 진행했다. 이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지난 2년은 정치가 실종되고 지배와 통치만 있었다는 평가가 있다”며 강경 어조로 국정 전반의 기조 변화를 요구하자,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손잡은 尹·李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회담을 갖기에 앞서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와 마주 앉은 것은 2022년 5월10일 취임 후 720일 만에 처음이다. 이 대표 등 민주당 측 인사들은 상의 왼쪽에 태극기 배지를 달고 회담에 참석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양측은 의대 증원 필요성에 공감하고 앞으로 만남을 이어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대통령실 이도운 홍보수석은 회동 직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총론적·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며 “의료 개혁이 필요하고 의대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 현안에는 양측이 이견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25만원 지원금’ 요청에 대해 고물가 등 경제 상황을 감안했을 때 선별 지급이 현실적이고,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소상공인 지원, 서민금융 확대 정책 등을 먼저 시행한 뒤 추후 협의하자며 논의를 미뤘다. 민주당의 요구 사항인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수용에 대해서도 법리적으로 문제되는 부분을 해소한 뒤 논의하자는 입장을 취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며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 수용을 사실상 요구했으나, 비공개 회담에선 김 여사 문제와 채 상병 특검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협의체에 대해선 이 대표 측이 “대통령이 결단하면 빠르게 집행·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거절했다.

 

이 대표는 이날 회담에 대해 “답답하고 아쉬웠다”며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별도 단독회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29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회담 TV 보도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KBS 9시 뉴스에 출연해 “회담 말미에 제가 다음 번에는 형식·장소 구애 없이, 배석자 없이 만나시는 건 어떠냐고 말씀 드렸더니 두 분다 고개를 끄덕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 뒤 참모들과 한 회의에서 “다음에는 여야정을 하든, 영수회담을 하든 방식은 결정되는 대로 하고 (회담을) 자주 해야겠다”고 말했다고 홍철호 정무수석이 전했다. 이 수석은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통을 통한 정치 복원”이라고 강조했다. 이 수석은 윤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념 기자회견 여부에 대해 “한다고 봐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회담에서 “김대중정부에서도 민정수석을 없앴다가 2년 뒤 다시 만들었는데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고 언급하며 대통령실 내 민정수석(또는 법률수석) 신설이 현실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현미·배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