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혁신이란 이름으로 정치적 메시지만 주로 냈다. 특정한 정치의 서포터보다는 스스로만의 정책 같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 한 중진의원은 30일 통화에서 친명(친이재명)계 조직 ‘더민주혁신회의(혁신회의)’를 두고 이렇게 우려를 표했다.
친명 원외조직이라고 불렸던 혁신회의는 22대 총선에서 총 50명이 출마해 31명이 당선됐다. 당직 개편에서도 핵심 요직을 차지했다. 차기 국회에서 당내 의사결정의 키를 쥔 핵심 그룹으로, 당내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세력이라는 평가들이 나온다.
전날 ‘총선 평가 및 조직 전망 논의 간담회’를 연 혁신회의는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간담회에는 국회의장 후보인 6선 조정식 의원과 추미애 당선자, 5선 정성호 의원과 우원식 의원, 그리고 원내대표 유일 출마자인 박찬대 전 최고위원이 축사와 함께 자신에게 투표해줄 것을 호소했다. 구성원들이 대거 원내 진입에 성공한 22대 국회에서 이전보다 더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당선자 숫자뿐이 아니다. 혁신회의 소속 의원들과 당선자들은 주요 보직을 두루 맡았다. 재선 민형배 의원이 전략기획위원장을, 재선 강득구 의원은 수석사무부총장을 차지했다. 혁신회의 상임대표인 김우영 당선자는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황명선 당선자와 박균택 당선자는 각각 조직사무부총장과 법률위원장에 임명됐다. 당의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직책을 골고루 꿰찬 셈이다. 한 재선의원은 “(혁신회의에서)당직도 맡았고 재선 그룹 이상에서도 더 늘어날 수도 있고 결국은 대표의 계파 활동처럼 할 것 아닌가”라고 전망했다.
혁신회의는 본래 강성 친명 원외조직이었다. 지난해 9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김종민·이원욱·조응천·이상민·설훈 의원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려 한 행위는 구한 말 나라를 판 ‘매국노’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실명을 거론하며 저격했다. 또 조정식 당시 사무총장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사퇴와 불출마를 요구하는 등 강성한 자세로 원외에서 이 대표를 지원해온 조직이다.
정치권에서는 혁신회의가 “당원을 더 늘려서 확실히 당원 중심의 대중정당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당원 중심 정당을 강조한 이 대표와 뜻을 같이하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