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건너던 시민 2명이 죽거나 크게 다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 붕괴사고’의 책임은 6·8급 일선 공무원들에게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100만 가까운 시민의 안전을 책임진 전·현직 성남시장 모두 어떤 법적 책임도 지지 않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의 이번 ‘무혐의’ 판단에 따라 안전 관리 최종 책임자인 지방자치단체장들을 중대시민재해로 다루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도의적’ 책임을 떠나 단체장들이 실무선에서 법률을 위반했다는 명확한 증거를 찾기도 어려워졌다.
경기남부경찰청 분당 정자교 붕괴사고 수사전담팀은 중대재해처벌법(중대시민재해·시민재해치사) 위반 혐의로 수사받아 온 신상진 성남시장에 대해 검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30일 밝혔다. 1년 넘게 수사를 이어온 경찰은 대신 공무원 7명과 교량 점검업체 관계자 10명 등 17명을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그동안 신 시장을 비롯한 시 공무원과 용역업체 관계자 등 22명은 경찰의 조사를 받아왔다. 이 중 직접적 책임을 물어 사전구속영장이 신청된 공무원은 3명이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당시 분당구청 구조물관리과 소속 팀장급 직원 A씨 등으로 6급 2명, 8급 1명이다. 경찰은 나머지 4명에 대해선 불구속 송치키로 했다.
아울러 시설물안전법 위반 및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교량 점검을 하는 업체 7곳의 관계자 B씨 등 10명을 검찰에 불구속 상태로 송치할 예정이다.
A씨 등 구청 공무원들은 2021년부터 사고가 발생한 지난해 4월까지 교량 점검 결과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유지보수 업무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는다.
B씨 등 교량 점검업체 관계자들은 이보다 앞선 2019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교량 점검 과정에서 다른 교량의 점검 내용을 복제해 사용하거나 점검에 참여하지도 않은 기술자를 허위로 기재한 혐의 등을 받는다.
지난해 4월5일 벌어진 이 사고로 당시 정자교 보도를 건너던 40대 여성이 숨지고 30대 남성은 크게 다쳤다. 같은 해 7월 국토교통부는 붕괴 원인으로 도로 하부 ‘부착력 상실’을 지적했다. 콘크리트와 캔틸레버부 인장철근 사이가 벌어져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교량 노후화와 함께 관리주체인 성남시의 시설물 안전점검과 보수·보강이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설계 및 시공상의 문제점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자교는 분당신도시 조성 당시인 1993년 건설된 왕복 6차로의 총 길이 108m, 폭 26m 교량이다. 건설된 지 30년이 넘어 노후했고 2018년 4월에는 보행로 붕괴지점의 교면 균열이 최초로 확인됐다. 이후 정밀안전 점검에서 균열 확장으로 인한 교면 전면 재포장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정자교는 당시 점검 대상인 분당구 전체 교량 20개 중 최하위 점수를 받았으나 하반기 교량 노면 보수공사에서 취약 부분이 제외되기도 했다. A씨 등은 이에 관해 “탄천 하류의 교량부터 차례로 보수하기로 해 보수 대상에서 상류의 정자교는 제외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 초기 일각에선 지자체가 관리하는 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한 점을 들어 ‘제1호 중대시민재해’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1항에선 중대시민재해를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발생한 재해로 정의한다.
규정 요건은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10명 이상 발생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 10명 이상 발생이다.
정자교 붕괴의 경우 사망자가 발생했기에 요건에 해당하며 법적 책임은 시설을 총괄하는 시장에게 물을 수 있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40대 여성의 유족도 ‘시 최고 책임자를 처벌해 달라’며 고소했고, 신 시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았다.
하지만 경찰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는 신 시장에 대해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례적으로 수개월에 걸친 법리 검토를 거쳐 신 시장이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예산·점검 등의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의무를 소홀히 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은 전임 은수미 전 시장에 대해서도 “법리 검토 결과 사고 발생 시점에서 재직하고 있는 현 시장을 수범자로 판단해 조사했다”며 “10개월 전 퇴임한 은 전 시장은 책임이 없다고 보고 불입건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