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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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 자녀 채용 특혜… ‘가족회사’ 된 선관위

감사원, 전·현 간부 등 27명 수사 의뢰
면접 점수 조작·청탁후 비공개 채용
입사 후에도 교육·인사 조직적 특혜
중앙, 8개 시·도 선관위 비리 복마전

중앙 및 각 시·도 선관위원회 전·현직 각급 간부들이 자녀 및 친인척을 특혜 채용하는 등 1200여건에 달하는 규정 위반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선관위 직원 27명을 검찰 수사를 요청한 4월 30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의 모습. 남정탁 기자

감사원은 30일 김세환 전 사무총장과 송봉섭 전 사무차장 등 중앙 및 8개 시·도 선관위의 전·현직 관계자 27명을 직권남용 및 청탁금지법·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특혜 채용 과정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박찬진 전 사무총장 등 전·현직 직원 22명에 대해서도 별도로 수사 참고자료를 검찰에 보냈다.

적발된 고위 간부들을 직급별로 보면 사무총장(장관급) 2명, 사무차장(차관급) 1명, 시·도 선관위 상임위원(1급) 2명 등이다.

감사 결과 선관위 조직 전반에서 채용·인사·복무 등과 관련한 법규를 무시하거나 용인하는 일이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것으로 파악됐다. 시·도 선관위에서 발생한 위법 사항(800여건)이 중앙선관위(400여건)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는 게 감사원 설명이다.

김 전 총장 자녀의 경우 중앙 및 인천선관위로부터 채용 단계를 넘어 교육, 전보, 관사 입주 등에서 조직적인 특혜를 받았다는 것이 감사원 판단이다. 또한 김 전 총장은 인천선관위에 지인을 방호직으로 채용하라고 부당하게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개인용 휴대전화(132만원)와 노트북(157만원)을 전산부서에 요구해 지급받은 뒤 2022년 3월 퇴직하면서 무단 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선관위는 2022년 2월 박 전 총장 자녀가 경력 채용 면접에 응시하자 그를 합격시키기 위해 점수 조작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인사담당자는 수사에 대비해 계획적으로 증거인멸을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충북선관위는 송 전 차장의 청탁을 받고선 채용공고도 내지 않은 채 그의 자녀를 비공개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송 전 차장은 자녀 채용 경위에 대한 국회 질의에 6차례에 걸쳐 허위 답변을 냈다.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안으로 직원이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감사원은 “조직 전반에 걸쳐 채용 인사 복무 등 관계 법규를 무시하거나 이를 용인하는 행태가 관행화돼 있었다”며 “선관위 고위직부터 중간간부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자녀 채용을 청탁하는 행위가 빈번했고, 채용담당자들은 각종 위법·편법적 방법을 동원해 선거철 경력 경쟁채용을 직원 자녀들이 손쉽게 국가공무원으로 입직할 수 있는 통로로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총장은 지난해 3월 논란이 불거지자 사퇴했고, 박 전 총장과 송 전 차장도 2개월 뒤 동반 사퇴했다. 이외에 감사원은 선관위 조직·인사 분야에서도 심각한 복무 기강 해이 및 고위직 늘리기를 위한 방만한 인사운영, 유명무실한 내부 통제 운영 등 실태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중간 감사 결과에 해당하는 이날 발표는 지난해 5월 감사가 시작된 지 약 11개월 만에 나왔다. 감사 착수 당시 선관위 측은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다”라며 강력 반발한 데 이어 헌법재판소에 해당 감사의 정당성을 따지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배민영·김병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