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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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2차전은 승리” … 직진하는 삼성 [비즈 Who]

경계현 사장, 경영 현황 설명회서 강조
1위 탈환 각오… AI칩 ‘마하-1’ 개발 공개

“인공지능(AI) 초기 시장에선 우리가 승리하지 못했다. 2라운드는 우리가 승리해야 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을 이끄는 경계현(사진) 사장이 최근 구성원을 대상으로 개최한 사내 경영 현황 설명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중요성이 커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내어준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다짐이다.

경 사장의 말은 ‘직선’이다. 최고경영자(CEO)라면 여러 이유로 회사에 불리한 상황을 포장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경 사장은 설명회에서 “2017년 이후 D램과 낸드, 파운드리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것은 사업의 큰 위기”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37.5% 줄어든 399억달러로, 인텔(487억달러)에 반도체 공급사 매출 1위 자리를 내줬다.

냉철한 현실 진단은 명확한 사업 목표로 이어진다. 여기서도 경 사장의 직선 화법이 빛을 발한다. 그는 지난 3월20일 열린 삼성전자 제55기 주주총회에서 주주 수천명을 앞에 두고 “앞으로 2~3년 안에 반드시 세계 1위의 위치를 되찾아 오겠다”고 공언했다.

돌려 말하지 않다 보니 극비리에 부쳐지는 연구개발(R&D) 진행 상황과 관련한 ‘깜짝 발언’도 나온다. 경 사장은 주주총회에서 AI가속기(칩) ‘마하-1’을 개발 중인 사실을 공개했다. 마하-1은 기존 AI칩의 고질적 한계인 메모리 병목현상을 8분의 1로 줄이고 HBM 없이 저전력(LP) 메모리로도 AI 구동을 가능하게 한다. 업계에선 마하-1이 연말 엔비디아가 독주 중인 글로벌 AI칩 시장에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하고 있다.

경 사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마하-2 개발 착수를 암시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일부 고객들은 1T(1조개) 파라미터 이상의 큰 애플리케이션에 마하를 쓰고 싶어한다”며 “생각보다 더 빠르게 마하-2 개발이 필요한 이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경 사장은 이번 설명회에서 “지금이 터닝포인트를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낸 삼성전자 DS부문은 올해 1분기 1조91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경 사장의 자신감, 뚜렷한 비전이 담긴 직선 화법이 삼성전자 반도체의 ‘직진’으로 이어질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