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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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빠진 ‘이철규 대세론’… 與 원내대표 선거 여전히 안갯속

‘친윤’ 李 단독출마 당내 반발에
與, 선거 1주일 미뤄 9일로 변경
李, 불출마 거론에 “입장 안 밝혀”

박대출·이종배·송석준 후보 거론
‘반윤’ 낙인 부담… 출사표 아직 ‘0’
추경호 “역할 권유 받고 고민 중”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친윤(친윤석열) 핵심 이철규 의원이 급속도로 힘을 잃고 있다. 선거가 일주일가량 연기되며 다른 후보를 물색하는 분위기가 있는 데다, 이 의원 본인도 불출마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새 주인 기다리지만…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 선거일이 출마 후보가 없다는 이유 때문에 9일로 연기됐지만 선뜻 나서겠다는 인물이 없어 구인난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이제원 선임기자

이 의원은 1일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원내대표 선거와 관련해 “내가 나서서 해야 한다는 법이 있느냐. 그런 건 없다”며 “나보다 좋은 사람이 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일관되게 해왔다”고 불출마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 의원은 “좋은 사람이 다 (후보로) 나와서 하고 싶은 사람이 해야 한다”며 본인의 출마 여부에 대해 “날짜가 지나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도 “저는 지금까지 원내대표 선거와 관련해 어떠한 결정을 하거나,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고 했다.

 

이 의원이 직접적인 불출마 의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그동안의 기류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이 의원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 “주저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 “누군가는 악역을 담당해야 할 것”이라며 출마를 시사해왔다. ‘이철규 원내대표설’이 힘을 받을수록 “총선 참패에 책임을 져야 할 인사”라는 비판도 커지자 소극적인 태도로 바뀐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지난달 25일 영입인재 낙천자들과 조찬모임을 하기 위해 여의도 한 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왼쪽은 조정훈 의원. 연합뉴스

당내에선 계파와 선수, 지역과 상관없이 이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이 의원은 상보다는 벌을 받아야 할 분”이라며 “이 의원이 악역을 자처하겠다고 하는데, 진짜 악역은 총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백의종군 선언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 의원이 영입한 삼성전자 사장 출신 고동진 당선자는 개인 블로그에 글을 올려 “현재 원내대표 추대론과 대세론에 대해 갑론을박 중”이라며 “당이 옳은 길을 갈 수 있게 주저함 없이 용기 있는 소신 발언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앞서 배현진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등도 이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했다.

 

전날 원내대표 선거일이 3일에서 9일로 연기된 것도 이 의원을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이 많다. 출마 선언을 한 후보가 없어 이 의원 추대 가능성이 거론되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는 여전히 ‘0명’이라 안갯속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4선이 되는 박대출·이종배 의원과 3선이 되는 송석준·추경호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차기 원내대표는 22대 국회에서 192석의 범야권과 맞서야 해 ‘독배’라는 인식이 있는 데다 윤석열 대통령과 신뢰관계가 두터운 이 의원과 경선을 치르면 반윤(반윤석열)으로 찍힐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출마를 검토 중인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괜히 분열하는 것보다 하나로 결속해서 간다는 전제하에 역할을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당선자는 이를 두고 “선배들이 진짜 용기가 없는 것 같다. 반윤, 비윤(비윤석열)될까 봐 걱정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중진 다수가 영남권이라 절박성이 없다는 게 비극”이라고 토로했다.

 

이 의원이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 중진들이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석열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추 의원은 이날 매일신문과 인터뷰에서 “최근 며칠 사이 당이 어려울 때 역할을 맡아 달라는 권유를 받아 고민을 하고 있다”며 “하루, 이틀 더 당선자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최종 결심하겠다”고 출마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