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전쟁’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결승 무대를 밟아 본 역대 한국 선수는 ‘레전드’ 박지성(은퇴)과 ‘캡틴’ 손흥민(토트넘)뿐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박지성은 총 3차례(2007∼2008, 2008∼2009, 2010∼2011시즌), 손흥민은 2018∼2019시즌 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역대 UCL 결승에서 한국인 선수가 맞붙은 적은 없었다.
2023∼2024시즌 UCL에선 사상 첫 한국인 선수들의 결승 맞대결이 성사될지 관심을 끌었다. 독일 바이에른 뮌헨의 ‘괴물 수비수’ 김민재와 프랑스 파리생제르맹(PSG) ‘축구 천재’ 이강인이 나란히 대진표 반대편에서 준결승에 올랐기 때문이다.
기대를 모았던 김민재와 이강인의 UCL ‘정상 대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PSG는 2일 독일 도르트문트의 BVB슈타디온에서 열린 UCL 준결승 1차전에서 도르트문트에 0-1로 석패했다. 이날 이강인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은 이강인 대신 발이 빠른 우스만 뎀벨레를 측면 공격수로 배치했다. 공격에 힘을 준 PSG는 기대와 달리 전반 36분 도르트문트에 선제골을 내줬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PSG는 8일 치러지는 2차전 홈 경기에서 결승행을 위한 뒤집기를 노린다. 만일 2차전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이강인은 결승 무대에 오르지 못한다. 전날 김민재가 선발로 나서 풀타임 활약한 바이에른 뮌헨도 홈에서 스페인 ‘거함’ 레알 마드리드와 2-2로 비겼다. 최근 5경기(1무4패)를 포함해 10년간 레알 마드리드를 한 차례도 이기지 못한 바이에른 뮌헨 입장에서 원정 2차전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이들의 준결승 2차전은 9일 펼쳐진다.
탈락 위기에 놓인 김민재와 이강인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1차전에서 모처럼 선발 기회를 잡은 김민재는 침투 공간을 허용하고, 페널티킥(PK)을 내주는 등 실점 두 골에 모두 빌미를 제공하는 졸전을 펼쳤다.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이 “수비할 때 그렇게 공격적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 너무 탐욕스럽다”며 “이런 일을 절대로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릴 정도였다. 김민재가 박지성, 이영표(은퇴), 손흥민에 이어 한국인 역대 4번째로 UCL 4강에 출전했지만, 이강인은 4강 출전 한국인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다. 그래도 리그에서는 꾸준히 중용을 받고 있는 만큼 4강 2차전에 출전 가능성은 열려 있다. 만일 2차전에 나선다면 한국인 선수 5번째로 UCL 준결승 무대를 밟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민재와 이강인이 UCL 결승에도 오를 수 있을까. 이들이 악재를 이겨내고 극적으로 UCL 트로피 최종 관문인 결승까지 올라 코리안리거의 결승 맞대결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