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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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 4년 연속 적자 행진…돌파구 있나

내수 시장 침체 속 사업 다각화 나섰으나
작년 매출 1.5조·순손실 286억…적자 지속

평소 술자리가 많아 간 건강을 위해 발효유를 먹어온 50대 직장인 박모씨는 최근 정기구독을 중단했다. 박씨는 “월급은 그대로인데 계속되는 고물가에 가계 부담이 커졌다”며 “구독 서비스 중 덜어낼 부분을 찾다 10여년간 먹어온 hy ‘쿠퍼스’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30대 주부 정모씨도 프로바이오틱스 음료를 먹어오다 지난해 정기배달을 취소했다. 정씨는 “장 건강이나 피부 관리를 위해 엠프로 제품을 먹다 가격도 부담되고 다른 선택지도 많아 중단하게 됐다”고 전했다.

hy 논산 물류센터 전경. hy 제공

 

지속되는 고물가에 건강을 위해 발효제품을 구독해오던 소비자 이탈이 잇따르면서 관련 기업이 직격타를 맞고 있다. 실제 1세대 발효유 기업인 hy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hy는 지난 2020년부터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9년 50억원 가량의 흑자를 낸 이후 연결기준 당기순손실이 2020년 164억원, 2021년 224억원, 2022년 509억원, 2023년 28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를 보면 hy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5191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증가했다. 다만 영업손실은 27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당기순손실은 286억원으로 집계됐다. 제품 매출 9305억원과 상품 매출 3975억원 등도 모두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별도 기준으로 살펴볼 때 hy 매출액은 1조870억원, 영업이익은 684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직전연도 대비 1.2%, 14.5% 감소한 수치다. 제품 7201억원과 상품 3665억원 등의 매출을 냈지만 최종 당기순손실은 160억원으로 집계됐다.

 

동기간 연결조정된 hy 계열사의 매출은 1314억원 적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1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준 hy 종속기업 15개 중 적자를 낸 곳은 7개에 달한다. 이중 싱크서지컬, HYSG, 부릉의 손실 폭이 가장 컸다.

 

익숙했던 ‘한국야쿠르트’에서 ‘hy’로 사명을 바꾸며 유통전문기업으로의 사업 다각화에 나섰지만, 적자가 지속되며 본업인 발효유 부분에서조차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지난해 주력인 발효유 사업 부문의 매출은 1조2316억원으로 전년 대비 1.03% 감소했다.

 

hy의 수익성 약화에 큰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로는 부릉 인수가 꼽힌다. hy는 앞서 배송 서비스를 내세우며 논산 물류센터 건립 등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IT 부문 전문성 강화를 위해 스타트업 부릉(옛 메쉬코리아)을 인수한 바 있다. 그러나 부릉 인수 이후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투자 대비 미미한 상황이다.

 

큐렉소와 싱크서지컬을 인수하면서 의료용 수술로봇 분야에도 투자에 나섰으나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2019년 설립된 해외 의료법인 지주사 HYSG는 법인 설립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싱크서지컬 역시 종속기업으로 편입된 2016년 이후 매년 순손실을 내고 있다.

 

hy 측은 내수 시장 침체 속에서 논산 물류센터 건립 등으로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했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성을 확보해나겠다는 입장이다. hy 측은 “부릉의 경우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고, 적자 폭을 많이 줄였다”며 “해외 의료사업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성과가 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