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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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EBS, 유시춘 이사장 압색에 부사장 저지까지 시끌시끌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시끄럽다. 유시춘 이사장의 ‘법인 카드 사적 유용’ 혐의와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가 하면, 김성동 신임 부사장의 첫 출근과 취임식이 노조의 격렬한 반대로 결국 무산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다.

 

3일 오전 8시 김 부사장은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EBS 사옥에 도착해 내부로 들어가려 했지만 건물 주변을 둘러싼 노조원들의 반발에 가로막혔다. 10분가량 대치한 김 부사장은 철수했다가 9시 30분 재진입하려 했지만 출근 저지에 나선 노조원들의 거센 항의 속 끝내 발길을 돌렸다. 

유시춘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이사장이 지난 3월 26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EBS 이사장 해임 관련 청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초 김 부사장은 김유열 EBS 사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오전 10시 본사 대회의실에서 취임식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모두 무산됐다. 월간조선에 20년 넘게 몸담으며 편집장을 지낸 김 부사장은 지난 3일 EBS 부사장에 임명됐다. 2022년 3월 취임한 김 사장은 2년 넘게 부사장을 임명하지 않다가 최근에야 김 부사장을 낙점했다. 김 부사장의 공식 임기는 이날부터 2027년 5월 2일까지 3년이다.

 

노조는 김 부사장이 대표적인 보수 언론인이라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김 부사장은 월간조선에 재직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2년 6월 칼럼에서 “윤 대통령 취임식장 하늘에 무지개가 떠올랐다”고 썼다. EBS 노조는 김 부사장 임명 사실이 알려진 후 “교육방송에 극우 편향 인사가 오는 것에 반대한다”며 “김성동과 같은 인사를 점령군으로 내려보내는 시도를 좌시하지 않고 끝까지 저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 최근 검찰이 유 이사장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며 EBS는 연일 뒤숭숭한 분위기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지난달 30일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 유 이사장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다. 

 

유 이사장은 2018년 9월 EBS 이사장으로 취임한 후 5년여 동안 정육점이나 백화점, 반찬 가게 등에서 약 200차례에 걸쳐 법인 카드를 부정 사용해 1700만원가량을 사적으로 쓰고, 부정청탁금지법에 위반되는 3만원 이상의 식사 접대를 50여 차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기 고양시 EBS 사옥 모습. 뉴시스

이 같은 혐의는 앞서 국민권익위원회가 신고를 받고 조사를 벌여 밝혀냈다. 권익위는 이런 행위가 EBS에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조사 당시 권익위는 “유 이사장이 주말과 어린이날 등 공휴일에도 ‘직원 의견 청취’ 명목으로 제주도와 경상북도, 강원도 등에서 100여 차례 업무 추진비를 쓰기도 했다”고 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유 이사장 측에 법인 카드 사용 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개인 정보가 포함돼 어렵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해 압수수색에 나서게 됐다. 검찰은 이날 고양시 일산동구 EBS 사옥에 검사와 수사관 등을 보내 유 이사장의 사무실과 개인 컴퓨터, 관련 부서 등에서 법인 카드 사용 자료를 확보했다. 압수수색은 유 이사장과 그의 변호인이 참관한 가운데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이사장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코로나19 기간 EBS 온라인 클래스가 잘 작동되는지 확인하고자 학생, 학부모, 교사들을 두루 만났다”며 “그걸 교육비라고 썼는데 (권익위와 검찰은) 5명이 15만2000원을 썼으니 (법인카드 한도) 2000원을 초과했다고 문제 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유시민 전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친누나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을 집행한 것”이라며 “압수한 자료를 분석한 뒤 유 이사장에 대한 소환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과 EBS·KBS·MBC 야권 성향 이사 14명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반발해 긴급 공동성명서를 내고 “폭거”라고 주장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