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하는 개혁 국회가 될 수 있게 힘껏 뛰겠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는 3일 선출 직후 당선 소회를 밝히는 자리에서부터 ‘실천하는 개혁’을 강조했다. ‘처럼회’ 소속, 강성으로 분류되는 김용민 의원과 이재명 대표의 스피커였던 박성준 대변인을 원내수석부대표로 임명했다. 그동안 민주당 원내대표들이 개혁 의지와 함께 협상력을 강조한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명심은 박찬대…사실상 추대
민주당 22대 총선 당선인들 170명은 이날 당선자 총회에서 22대 국회 1기 원내대표로 박찬대 의원을 택했다. 그동안의 국회의원 임기 첫해 원내대표 선거와 달리 사실상 추대였다. 통상 임기 첫해 원내대표는 원구성 협상과 소속 의원들의 상임위원회 배정, 의원회관 사무실 배정 등의 권한이 있어 경쟁이 치열했다. 총선 기간부터 잠재적 유권자인 각 후보의 선거 운동을 도우며 얼굴도장을 찍는 이유다. 그러나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후보군이 하나둘 불출마를 선언하며 사실상 추대가 이뤄졌다.
박 원내대표는 후보 등록 1주일가량 앞두고, 이재명 대표 ‘당원과의 대화’ 유튜브 생중계에 깜짝 출연하며 사실상 ‘명심’이 반영된 후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초 후보군으로 분류된 한 의원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표와 당원이 원하는 후보가 특정된 상황이었다“라고 전했다. 정권심판론이 작용한 총선이었던데다, 여느 때보다 당원 입김이 강하게 적용된 총선이었던 만큼, 온건파 혹은 비이재명계가 나서기 어려웠던 환경이었다는 설명이다.
박 원내대표는 대표적 친이재명계로 꼽히는 인사다. 2021년 대선 경선 당시, 임종성·김병욱·김영진 의원과 함께 이 대표 지지를 일찌감치 선언한 바 있다. 이 대표가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에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를 적극적으로 권하기도 했다.
◆언제적 개밥에 도토리…이제는 주류된 이재명계
22대 국회 민주당은 비명횡사 친명횡재 논란에도 이 대표가 공천한 후보군이 당선됐고 과반 의석을 달성했다. 그 결과 친이재명계는 이번 총선으로 사실상 민주당 주류를 꿰찼다.
이 대표가 이날 원내대표 선거를 위한 당선자 총회에서 초선 당선자들에게 “독립된 헌법기관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각각 정치적 신념에 따른 주장을 절대로 포기하지 말길 바란다”라고 말한 것을 두고서도 이 대표가 당을 장악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2022년 6월 의원 워크숍 분임토론 당시 “저는 개밥에 도토리죠”라고 말했다고 한다. 자신을 비주류로 규정했던 이 대표가 초선 의원들에게 ‘쓴소리’를 하라고 강변한 셈이다.
원외 친명계를 자처하며 사실상 ‘친위대’로 불린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주요 당직을 꿰찬 것도 이 대표 자신감의 발로라는 분석도 나온다. 혁신회의 상임대표 김우영 당선자는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민형배 의원은 전략기획위원장을, 재선 강득구 의원은 수석사무부총장에 임명됐다. 황명선 당선자와 박균택 당선자는 각각 조직사무부총장과 법률위원장에 임명됐다. 당의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직책에 강성 친명계가 포진한 셈이다. 한 3선 의원은 세계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총선 민심, 당원 민심은 당 주류로 친명계를 택한 것”이라며 “그동안의 정치 문법으로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친명계의 주류화는 ‘뉴노멀’”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도 ‘이재명표 공천’에 적잖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종면·이훈기·박선원 등 이번 총선을 앞두고 당의 영입인재들이 인천에서 공천되는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 이름으로 영입된 인재들을 배치하는 데 있어 박찬대 최고위원이 애를 썼다”고 전했다. 영입인재의 지역구 공천과 당선은 해당 지역 현역 의원 혹은 미리 지역을 닦아온 정치인을 설득해야 가능한 일이다. 즉 ’영입인재 내려 꽂기’ 부담을 박 원내대표가 나눈 셈이다.
◆명심 반영된 원내지도부…이제는 시험대
박 원내대표 선출을 두고 사실상 이 대표의 수권 능력 시험대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원내대표는 당선 일성으로 ‘21대 국회는 효능감이 없다’고 규정한 가운데 22대 임기 첫해,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수권 능력‘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민주당의 단독 입법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될 가능성도 적잖다.
박 원내대표는 ‘강경파’ 정치인들로 원내 지도부를 꾸린 만큼 대여 투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대여 관계 방향성을 묻는 말에 “제1야당에 과반 의석을 준 초유의 사태다. 민심은 제1야당에 책임 있게 국회를 운영하라고 했다”며 “민주당이 여당일 때는 협치의 이름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협치는 아름답지만 입법부로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국민에게 효능감을 주기 위해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방송3법 등을 22대 국회 개원 즉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와의 호흡을 묻는 말에는 “저보다 훨씬 훌륭하고 경험 많은 선배 동료의원들이 양보해 주신 것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민생을 살리고 검사 독재 정권에 브레이크를 걸라는 말로 보인다”라며 “이 대표 임기가 넉 달 가량 남았는데 22대 첫 1년 중 넉 달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난국을 이겨나가고 성과를 내, 21대 국회와는 완전 다른 국민에게 효능감을 주는 22대 국회,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민주당이 모두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사위는 법안이 상위법과 충돌 여부는 없는지, 법안 문구에 문제는 없는지 검토하는 체계·자구 심사를 담당한다. 법사위에서 심사를 거부하면 입법이 어려워지는 만큼, 사실상 ‘상원’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만큼 법사위 검토를 거친다면 법안의 완결성과 여야가 합의, 쉽게 법이 바뀌지 않을 것이란 신뢰성도 갖는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을 소관하는 상임위로, 보통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여당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맡아왔다. 박 원내대표는 정권심판이라는 총선 민의를 따라 민주당이 운영위원장도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