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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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의혹’ 신속수사 지시에…대통령실 공식입장 없다

“수사중인 사안에 대해 대통령실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

“이 총장의 이번 지시,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찰이 이원석 검찰총장 지시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에 전담팀을 꾸려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말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곧바로 김 여사 관련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검찰이 긴장감 속에 분위기를 다잡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고발 이후 5개월간 가시적인 진척을 보이지 않던 수사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이원석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 명확히 규명하라”

 

3일 연합뉴스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 총장은 전날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주례 정기보고를 받고,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고발사건에 대해 전담수사팀을 구성할 것을 지시했다.

 

이 총장은 송 지검장에게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지시에 따라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에 검사 3명을 추가 투입해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팀을 새로 만들었다고 말하는 건 맞지 않고, 검사를 추가로 지원받아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은 지난해 11월 인터넷 언론 '서울의소리' 보도로 불거졌다.

 

당시 서울의소리는 "김 여사가 윤 대통령 취임 후인 지난해 9월 13일 재미교포인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선물 받았다"며 이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최 목사가 '손목시계 몰래카메라'로 촬영했고, 선물은 서울의소리 측이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는 지난해 12월 대검찰청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청탁금지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총선 압승, 민주 ‘특검 드라이브’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형사1부에 배당해 고발 내용을 검토했지만, 이후 5개월간 가시적인 수사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검찰총장이 직접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함에 따라 본격적인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서울의소리 측에 오는 9일 출석해 고발인 조사를 받을 것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나 받은 가방의 진위, 현재 소재 등을 규명하는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총장의 지시는 지난달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의 '특검 드라이브'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기존에 추진하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에 명품 가방 수수 의혹까지 더해 김 여사 관련 의혹 전반을 확인하는 특검법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에 검찰이 더는 수사를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으리라는 것이다.

 

그간 대통령실과 여당이 모두 이 의혹을 '몰카 공작'이라고 규정해온 만큼, 검찰 수사가 진행 상황에 따라 반발에 부딪히거나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수사가 진행되더라도 김 여사에 대한 기소까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공식 입장 내지않은 대통령실 “수사중인 사안 언급 부적절”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적인 직무와 관련해 1회에 100만원, 또는 1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지만, 이를 어길 경우 처벌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총장의 지시에 대해 "총선이 끝나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위험이 줄어든 만큼 필요한 수사를 철저히 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이 총장이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한 신속 수사를 지시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대통령실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 총장이 신속 수사를 지시한 만큼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이 처리될 것이라 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총장의 이번 지시는 독자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