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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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촌 빈집 리모델링으로 지역 소멸 막자

농촌의 애물단지로 여겨졌던 빈집이 소위 말하는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보물단지로 재탄생한 곳이 있다. 지난해 9월 충남 서천군 마산면의 작은 마을에서는 60년이 넘은 고택을 카페로 리모델링해 빈집 정리 효과는 물론 관광객 유치까지 호평을 받고 있다. 또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공간 역할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지자체에서 빈집을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거나 마을 호텔로 조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농촌 빈집은 약 6만6000호에 이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 결과를 보면 빈집 발생 원인은 소유주 사망이 76%로 가장 많고, 노환으로 인한 요양병원 등 거주지 이전이 20%로 그 뒤를 이었다. 농촌 고령화와 과소화 진행 속도를 고려하면 앞으로 빈집은 더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빈집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민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정부는 민간 중심의 빈집 재생 활동이 본격화될 수 있도록 ‘활용’과 ‘정비’ 투 트랙 전략을 통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고자 한다. 먼저, ‘활용’ 측면에서는 농촌 빈집 실태조사를 토대로 빈집은행을 구축해 매매나 임대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빈집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공한다. 전국의 빈집 현황, 시·군별 현황 등 기본적인 빈집 정보뿐만 아니라 빈집의 입지 등 매매에 필요한 정보를 추가 제공하고, 추후 대국민 접근성이 높은 민간 플랫폼과도 연계함으로써 빈집 거래 활성화 여건을 조성할 것이다.

또한 농촌의 빈집을 숙박시설로 활용하기 위한 숙박업 실증특례 지역을 확대한다. 특례대상 지역을 5개 도에서 전국으로 확대하고, 50채에서 500채로 대상을 늘렸으며 기존의 영업일 수 300일 제한도 폐지했다. 이러한 실증사례를 바탕으로 빈집 활용 농촌 민박에 대한 제도 개선을 포함한 ‘농어촌 민박 제도 정비 방안’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비’ 측면에서는 빈집 소유주의 자발적인 관리를 유도하기 위해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노력을 쏟고 있다.

7월3일부터 개정된 농어촌정비법이 시행된다. 지역의 안전과 경관을 해치는 빈집에 대해서는 철거 등을 명령할 수 있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소유주에게 500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또한 도시민 등이 농촌 빈집을 개량해 ‘세컨드 홈’으로 활용하면 소요된 비용에 대해 저금리로 융자받을 수 있는 지원도 확대해 나갈 것이다.

빈집은 농촌 소멸 위험을 가속화하는 도전 요인이지만, 시각을 바꿔보면 농촌에 생활인구를 유입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기회 요인이기도 하다. 제주의 빈집 재생 숙박 플랫폼 ‘다자요’를 시작으로 많은 스타트업이 빈집과 유휴시설을 정비해 도시민들에게 여유와 힐링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농촌 고유의 매력을 느끼며, 삶·일·쉼의 공간에서 행복을 일구는 삶.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지 않을까. 정부, 지자체, 민간이 함께 힘과 지혜를 모은다면 전국의 많은 빈집이 온기를 머금은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 농촌의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