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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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려 낳는 민주당의 일극화 조짐, 다양성 실종, 완력 과시

4·10 총선 압승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행보가 여러 우려를 낳고 있다. ‘이재명 일극화 체제’ 조짐을 보이고, 국회 운영에서는 ‘완력 과시’를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최근 당 대표직 연임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친명(친이재명)계에서는 ‘합의 추대론’까지 나온다. 민주당에서 당 대표 연임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 대표는 대선에 출마한다고 하더라도 대선 1년 전인 2026년 3월까지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다. 이 경우 2026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행사하게 된다. 명실상부한 ‘이재명 일극화’를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주요 당직이 모두 친명으로 채워진 가운데 국회 협상을 담당할 원내대표단도 강성 친명 일색이다. 원내대표에는 친명계 중에서도 핵심인 ‘찐명’으로 꼽히는 박찬대 의원이 단독 출마해 과반 찬성을 얻어 당선됐다. 이른바 ‘명심’(이 대표의 의중)에 따라 사전 교통정리가 이뤄지면서 박 의원을 추대하는 모양새가 됐다. 사실상 이 대표가 박 의원을 지명했다는 점에서 과거 당 총재가 원내총무를 낙점했던 시절을 연상시킨다. 박 원내대표가 임명한 박성준,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도 강성 중 강성이다. 특히 대부분 친명 강성인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들이 ‘명심’ 경쟁을 벌이는 것은 볼썽사납다. 의장 후보들은 “편파적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라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쓴소리를 곱씹어보기 바란다.

민주당 인사들은 국회 운영을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피력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어제도 “국회 원 구성이 지연되면 다수결 원칙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반드시 차지하겠다는 뜻도 거듭 확인했다. 대화와 타협이 아니라 완력을 동원하는 대결 정치도 불사하겠다는 뜻이어서 안타깝다. 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힘으로 밀어붙일 경우 국회 파행은 불을 보듯 뻔하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소속 의원들이 당론에 반대해서는 안 된다는 이 대표의 공개 경고다. 이 대표는 최근 당선자 총회에서 “당론으로 정한 법안을 개인적 이유로 반대해서 추진이 멈춰버리는 사례를 몇 차례 봤다. 그건 정말로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자칫 정당 민주주의를 위축시킬 수 있는 발언이다. 다양성이 실종된 정당은 건강할 수 없다. 일극화된 정당은 십중팔구 독선으로 흐른다. 민주당이 이를 경계하지 않으면 민심 이반에 직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