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백서의 컨셉은 ‘잃어버린 5%를 찾아서’입니다. 5% 내 격차로 진 지역은 우리가 정말 이길 수도 있었던 곳인데 그런 곳에서 왜 졌는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합니다. 결국 우리는 중도 확장에 실패했던 겁니다.”
4·10 총선에서 서울 최소 표 차인 599표 차로 마포갑 지역구에 당선된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은 지난 3일 서울 마포의 지역 사무실에서 진행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당이 중도 확장에 실패하고 30∼40대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지 못한 것을 총선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국민의힘 총선 백서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은 조 의원은 백서에 대해 “날 것 그대로 다 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크게 지는 건 한 사람 또는 한 영역의 책임이 아니라 모든 게 잘 작동하지 않았던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대통령실과 여당 전 비상대책위원회, 여의도연구원, 공천관리위원회 등 모든 관계 집단에 관한 평가를 전부 솔직하게 담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다음은 조 의원과의 일문일답.
—여당 수도권 후보로서 총선 기간 체감한 수도권 민심은 어땠나.
“당선된 뒤 많은 분이 축하 인사를 하면서 ‘당 보고 찍은 거 아닌 건 아시죠?’라고 하더라. 이 말이 너무 아팠다. 30대 후반부터 50대 중반까지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중심이자 핵심이다. 가장 많은 GDP를 만들어내고 있고 교육 수준도 가장 높을 것이고 기대 수준도 가장 높을 거다. 이 세대를 제치고서 나머지 유권자들을 모아서 승리하겠다, 과반 정당을 갖겠다는 건 지금까지도 세 번이나 안 됐고 앞으로도 안 될 거다. 이제 우리는 30대 후반부터 50대 중반까지 서울 수도권에 사는 경제 활동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이 핵심층을 향해 직진해야 한다. 이들이 생각하는 보수의 이미지를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국민이 여당을 ‘나를 잘 이해해주는 정당’이라고 느끼게끔 해야 한다. 그분들이 고민하는 것은 교육·주거·일자리·노후보장 이 네 가지 패키지로 정리된다고 본다. 이 네 가지를 제공함에 있어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압도적으로 잘한다는 확신을 국민이 가지면 여당의 이미지가 달라지고 투표에서도 찍어주실 거라고 생각한다.”
—총선 백서 TF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우리 당 후보가 5% 이내로 지거나 이긴 곳을 모두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아직 따져보는 중이지만 수십 곳에 달한다. 3일부터 설문조사를 시작했고 면접도 할 거다. 설문조사는 제 사견이 아니지 않나. 설문조사를 통해 보좌진과 당직자, 출입기자 등 수많은 사람의 공통 의견이 도출되면 그걸 부정할 수 있겠나. 6월 중순까지는 백서를 완성할 계획이다. 혁신안은 핵심적인 것으로 5가지 정도를 제시하려고 한다.”
—총선 백서가 완성된 후 여당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길 바라나.
“백서에 담길 패배 원인과 개선안을 기반으로 다음 전당대회에서 당의 리더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백가쟁명식의 논쟁을 했으면 한다. 그리고 당 대표 후보들의 공약이 백서의 개혁안들을 실천하는 것으로 가면 가장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잘못하면 전당대회가 대선 전초전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러면 대통령의 레임덕만 빨라지고 좋지 않다. 백서에 담길 내용을 두고 건설적인 토론을 하는 전당대회가 되길 바란다.”
—대통령실은 어떤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나.
“대통령실의 방향은 맞다. 의료개혁도, 연금개혁도, 노동개혁이나 교육개혁도 왜 하느냐고 하는 사람은 없다. 방향은 맞는데 다만 이걸 풀어가는 방식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지 않다는 것 아닌가. 옳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이기는 정치는 없지 않나. 좋은 의제를 던졌지만 소통의 방식이 서툴러 득점하지 못하고 실점하는 상황이 돼버린 거다. 대통령께서 이제는 정치하시겠다고 하지 않았나. 국민이 ‘이제 그만 좀 해라’ 할 정도까지 소통해야 한다. 그리고 남은 3년의 임기 동안은 선택과 집중을 하셨으면 좋겠다. 아무리 뛰어나고 훌륭한 대통령도 5년의 임기 동안 수백 가지를 한 사람은 없다. 이제부터 선택과 집중을 하고 충분히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면 윤석열정부가 성과를 올릴 시간이 충분히 있다.”
—원내대표 선거와 관련해 ‘친윤(친윤석열) 핵심’ 이철규 의원 출마를 두고 내홍이 있었다. 어떻게 보셨나.
“제가 경계하는 건 ‘누구 나오지 마라’ 하는 건 파괴적이란 거다. 108명의 당선자라면 누구나 출마의 자유와 권리가 있는 것 아닌가. 누구 나오지 말라고 하는 건 작년 전당대회 때 이른바 ‘나경원 연판장’ 사태와 똑같은 것 아닌가. 그때는 비윤을 막았고 이번엔 친윤을 막고. 말이 안 되지 않나. 당내 선거인데 그런 건 가장 나쁜 네거티브다. 특정인을 콕 집어 출마 자체를 못하게 하는 건 민주적 원리가 아니라고 본다. 공산당 수준으로 원내대표 선거를 치르는 민주당보다 우리가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다음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선거에 출마할 의사는 있나.
“글쎄. 이제 누구도 몸 사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손들고 나가는 것보다는 나올 사람이 없다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이번 당 대표가 정말 중요한 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 2026년 지방선거부터 해서 줄줄이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지방선거까지 남은 2년 동안 당의 체질을 개선하고 지지율을 올리는 확장을 해나가야 한다. 만일 거기에 제 출마가 도움이 된다면 몸 사릴 수는 없지 않겠나.”
—22대 국회에서 재선 의원으로서 가장 주안점을 두고 추진하고픈 정책은 뭔가.
“격차 해소다. 격차 해소와 관련된 법안 패키지를 지금 이미 준비하고 있다. 경제적 격차, 남녀 간의 격차, 지역과 수도권 간의 격차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여러 가지 문제가 너무 뭉쳐 있는데 누군가는 이 잘못된 흐름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하나씩 하나씩 건드려 보려고 한다. 그러면서 21대 국회에서 제가 주도했던 외국인 근로자 문제, 외국인 가사도우미 문제 등도 계속 가지고 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