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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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람선 즐기다가 떨어진 승객… 안전방송 안한 배주인의 죗값

유람선에 오르던 승객이 추락해 다쳤다면 배주인은 어떤 죗값을 받을까.

 

울산지법 제1형사부는 유선 및 도선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람선 소유주 60대 A씨의 항소심에서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7일 밝혔다. 1심은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고, A씨는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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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발생한 건 2017년 10월31일이다. 이날 오전 6시 울산 남구 장생포의 한 방파제에서 50대 승객 B씨가 유람선을 타려다 떨어졌다. B씨는 길이 50㎝, 너비 32㎝ 크기의 아이스박스를 어깨에 매고 있었는데, 아이스박스가 방파제 바닥과 배를 연결하는 철제 승강교 구조물에 걸리면서 중심을 잃었다. B씨는 약 1.3m 아래 바닥으로 추락했고, 왼쪽 허벅지 뼈가 부러지는 등 다쳤다.

 

검찰 측은 A씨가 안전한 승·하선 방법 등을 담은 안전 매뉴얼을 배 타는 곳과 선실 등에 두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고, 출항 전 안내방송 등을 하지 않아 관련 법을 위반했다고 기소했다. 1심은 검찰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에게 죄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씨 측은 “매표소 안에 안전에 관한 사항을 작성해 비치해뒀고, 안내방송 등을 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전매뉴얼을 비치했는지는 제대로 증명되지 않지만, 출항 전 승객들에게 영상물 또는 방송으로 안내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유선 및 도선 사업법은 안전매뉴얼을 배와 유선장에 비치해두었다고 하더라도, 출항 전에 승객에게 영상물 상영 또는 방송 등으로 안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A씨와 직원들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살펴보면 출항 전 승객들을 상대로 방송 등을 통해 안전사항을 안내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친 B씨 등 승객들이 안전 관련 안내를 받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도 유죄 판단의 이유가 됐다.

 

재판부는 “안전매뉴얼을 비치해뒀다 하더라도 관련 법을 위반했다는 결론에는 아무런 영향이 었다”면서 “1심의 판결 역시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무거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