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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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의 청취’ 민정수석 부활… 尹이 안 변하면 무의미

활용 잘하면 정책 반영에 큰 도움
‘인사 검증’ 허점도 보완할 수 있어
대통령과 가족보호용은 안 될 말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민정수석에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 발표하고 있다. 2024.05.07. chocrystal@newsis.com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현 정부에서 폐지했던 대통령실 민정수석실을 다시 설치하기로 하고 민정수석비서관에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했다. 민정수석실에는 기존의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을 이관하고 민정비서관실을 신설키로 했다. 사정기관 장악 차원의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반부패비서관실은 두지 않기로 했다. 대선 공약을 깨고 굳이 검찰 출신을 민정수석으로 앉힌 것은 민의에 반하는 것으로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민정수석은 과거 정권에서도 부작용이 있었던 만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윤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김 수석의 인선 내용을 직접 발표하면서 “모든 정권에서 다 이유가 있어서 했는데 민정 업무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저도 고심을 했고 복원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알 수 있게만 해도 각종 정책의 추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통령실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관, 경찰로 분산된 인사검증시스템의 허점도 보완할 수 있다.

 

다만 민정수석의 업무는 본연의 기능인 민심 청취에 국한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윤 대통령이 남은 3년 임기 내내 지속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겠다며 야당 의원 개인에 대한 정보 수집과 사찰까지 하는 무리수를 둔다면 또다시 민정수석 흑역사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재인정부 시절 조국 전 민정수석의 청와대 특별감찰반 감찰 무마와 박근혜정부 우병우 전 수석 때의 각종 불법 사찰 의혹 사건 등의 논란이 재현된다면 국가적으로 큰 불행이다. 윤 대통령이 민정수석실을 부활시킬 때의 초심을 새기고 지키는 게 중요하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민정수석을 통해 검찰, 경찰 등 사정기관을 장악해 자신과 가족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어제 “사법리스크가 있다면 내가 풀어야지 민정수석이 풀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말이 아닌 실천이 중요하다. 윤 대통령이 변하지 않으면 민정수석을 임명해도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비선을 통해 성사시켰다는 논란이 빚어진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대통령실을 ‘조직의 슬림화’ 대선 공약을 어겨 가며 ‘3실7수석’ 체제로 개편한 만큼 이제 모든 것은 대통령 자신에게 달렸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민정수석을 통해 과도하게 공직사회를 옥죄어 복지부동을 부추겨서도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