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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영 용산구청장 “‘재개발 이주구역 관리매뉴얼’ 마련할 것” [2024 서울 구청장에 묻다]

5816가구 대단지 들어설 한남3구역
안전·폐기물 등 이주 문제 대책 마련
타지자체서도 활용 가능한 교보재로
2023년 말 기준, 공약이행률 98.9%
‘용리단길 공공주차장 조성’ 등 성과
사회 문제 해결 ‘마음건강센터’ 추진

“구청장은 주민과 지근거리에서 행정을 펼치다 보니 즉각적인 피드백을 접하게 됩니다. 예산과 권한의 한계를 체감하면서도 늘 주민의 생활 편익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은 최근 세계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7월이면 민선 8기 취임 2주년을 맞는 박 구청장의 임기는 굴곡졌다. 2022년 10월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대응을 부실하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지난해 6월 보석으로 석방돼 업무에 복귀했다. 박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 관련 질문들엔 “재판이 진행 중이라 답변을 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만 했다. 대신 그는 구정 현안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답했다.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7일 구청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박 구청장은 최근 세계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사업의 큰 방향성에 초점을 맞추는 정부나 광역자치단체와 달리, 자치구는 주민 눈높이에 맞춰 현실적인 문제를 예측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일을 맡는다”고 강조했다. 용산구 제공

지난해 말 기준 민선 8기 공약이행율이 98.9%에 달한다는 게 박 구청장의 설명이다. 그는 “공약 91개 중 90개가 완료 또는 정상 추진 중“이라며 “전통시장 특화, 후암시장 현대화, 앤틱가구거리 특성화, 용산 캠퍼스 타운 활성화, 청소년센터 현대화, 남정·금양·보광초 통학로 개선처럼 비교적 사업 기간이 짧은 사업들은 추진 완료했다”고 했다. 철도 지하화, 국제업무지구 개발 같은 정부나 시 차원의 사업 역시 순항 중이라고 한다.

 

박 구청장은 “대형 국책사업의 큰 틀은 중앙정부나 광역자치단체가 결정하는데, 자치구는 교통혼잡이나 공사 소음, 기업 입주를 비롯해 구민 생활의 변화를 바로 감지하게 된다”며 “구는 주민 눈높이에 맞춰 현실적인 문제를 예측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일을 맡는다”고 강조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조성 사업과 관련해 국제학교, 응급실을 갖춘 종합병원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사업계획에 반영토록 힘쓴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어 박 구청장은 “경부선과 경원선 철도 지하화 추진은 민선 8기 용산구청장 공약사업 중 하나”라며 “철도 지하화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 서울시와 구민 사이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용산 역시 서울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곳곳에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2월 첫 삽을 뜬 ‘유엔사부지 복합개발사업’으로 이태원동 22-34번지 일대 4만4935㎡에 공동주택 422세대, 오피스텔 776실, 판매·문화·숙박시설 등이 2027년까지 만들어진다. 노후화한 용산전자상가는 국제업무지구와 연계한 디지털·메타버스 신산업 거점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한남 재정비 촉진지구의 개발사업도 본격화했다.

 

특히 5816세대 대규모 공동주택이 들어설 한남3구역에 대해선 이주 관리를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박 구청장은 역설했다. 그는 “주민 대규모 이주 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폐기물 등의 문제를 대비하고자 타 개발 지역 사례를 검토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개발사업의 주체인 조합이 책임과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이번 한남3구역 사례를 담아 매뉴얼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 구청장은 가칭 ‘재개발 이주 구역 통합관리 매뉴얼’을 통해 한남2·4·5구역은 물론, 앞으로 재개발에 따른 대규모 이주를 앞둔 지역 어디서든 주민들이 이주할 때까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가 조합을 지도·감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타 지자체도 활용할 수 있는 일종의 교보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박 구청장은 지난 2월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와 손을 잡고 이른바 ‘용리단길’의 빈 땅에 공공주차장 200면을 조성하기로 한 일을 구정 성과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불법 주·정차로 보행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차량 혼잡이 끊이지 않던 곳을 한전 서울본부와 업무협약을 맺어 별도의 부지 매입 없이 우선 3년간 임시 공공주차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며 “최대 400억원가량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도 총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박 구청장은 “관내에서 쪽방촌이 밀집한 동자동은 남영동주민센터 관할인데, 올해 1월1일자로 우리 구 최고의 복지 전문가를 남영동장으로 임명해 복지정책을 펴고 있다”며 “이 밖에도 지난해 ‘위기가구 신고 포상금 제도’를 도입하고, ‘우리동네 돌봄단’도 운영 중”이라고 전했다.

 

박 구청장은 용산을 신산업과 K-컬쳐를 대표하는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그는 “구청장이 영업사원이라는 생각으로 외국인에게 지역의 관광자원을 직접 소개하는 노력도 이어갈 생각”이라며 “지난해 여름 외국인 14명을 용산역사박물관에 초대해 광복절의 의미와 지역의 역사 등을 설명했는데, 올해는 관내에 대사관이 있는 51개 주한외국대사와 대사 부인을 초청해 용산의 매력을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유형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 해법으로 가칭 ‘마음건강센터’를 선보이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박 구청장은 “지난해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이상동기 범죄를 비롯해 갑질 피해나 가정불화, 청년 고립, 따돌림과 같은 각종 사회문제 해결의 출발은 마음건강에 있다”며 “마음이 힘든 구민이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구청을 찾아와 어려움을 토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관련 사업을 한 데 모으고 전문 인력과 별도 상담 공간을 갖춘 기관을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차근차근 준비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