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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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엔 ‘외국인 춘향’ 나올까… 글로벌 축제로 판 키우다 [지방기획]

전국 最古 축제, 춘향제

10일부터 7일간 광한루원 일원
한복 EDM 파티 등 70여개 행사
‘4000여명 길놀이’ 이색 볼거리

미스춘향 참가자격 외국인 확대
84명 참가 신청… 본선 5명 진출
세계포럼 열고 축제 가치 재조명

‘대한민국 지역 축제의 효시’, ‘100년을 앞둔 전국 최고(最古) 축제’, ‘공연 예술형·시민 참여형 축제’…..

해마다 화창한 봄날 전북 남원에서 열리는 춘향제를 일컫는 수식어들이다. 춘향제는 일제강점기인 1931년 춘향과 이도령이 처음 만난 것을 기념하는 음력 5월 남원 기생들의 조합인 권번(卷番)이 주관해 전국 각지 명기(名妓) 100여명을 모아 춘향사당을 세우고 춘향제를 올린 게 시초다. 이후 남원지역 유지들과 국악인들이 참여해 암울했던 민족을 위로하고 춘향의 절개를 이어받기 위해 매년 한바탕 잔치마당을 펼쳤고, 대를 이어 계승해 왔다.

 

100년을 내다볼 정도로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춘향제는 최근 더 다양한 전통 공연예술을 선보이고, 관광객 등 방문객이 한데 어우러져 함께 만들고 즐기는 시민 참여형 축제로 발전을 거듭하면서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最高)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94회를 맞는 춘향제가 10일부터 1주일간 남원 광한루원 일원에서 성대한 잔치마당을 연다. 올해는 어떤 모습으로 시민과 관광객에게 즐거움을 안겨줄지 기대를 모은다.

 

지난 2023년 제93회 춘향제에서 열린 미스춘향 선발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형형색색의 한복을 입고 단아한 춤을 선보이고 있다.

◆파티·길놀이 등 체험형 행사 ‘풍성’

올해 춘향제는 ‘춘향, Color愛(컬러애) 반하다’를 주제로 총 70여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특히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체험형 행사를 대폭 늘리고 전진 배치했다. 미스춘향 선발대회 등이 열리는 주 무대는 광한루원에 마련했고, 한국과 세계 각국의 전통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특설무대는 예루원에 준비했다. 광한루원 앞을 지나는 도심 하천인 요천변과 춘향테마파크 사랑의광장 등을 모두 잔치마당으로 꾸몄다.

대회 첫날인 10일에는 퓨전국악으로 팡파르를 울린다. 6명의 명창이 차례로 들려주는 판소리 춘향가, 뮤지컬 춘향가를 비롯해 일본·중국 전통음악이 관객을 맞는다. 광한루 앞 도로에서는 거리공연과 농악 한마당, 순창 농요 금과들소리 공연, 전통 북 공연, 거리극, 풍선 마술쇼 등 다양한 체험 행사를 시시각각 펼친다. 사랑의광장에서는 춘향사랑 백일장대회와 서커스·마술 등으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게 하고 춘향뮤지컬과 민속국악, 합창단 공연 등으로 관객의 흥을 돋운다.

춘향제를 한복의 물결로 수놓을 ‘춘향 무도회’와 대규모 거리 퍼레이드인 ‘발光(광)난장 대동 길놀이’도 새로운 즐길 거리다. 춘향 무도회는 축제 참여자들이 춘향전 등장인물인 춘향과 이몽룡, 방자, 향단, 월매, 변학도로 변신하는 의상·분장 체험 행사다. 이를 위해 한복대여소 15개동과 화장부스 8개동을 준비했다.

23개 읍·면·동 주민 등 시민과 관광객, 전문 공연팀 등 4000여명이 한복차림으로 참가하는 ‘발光난장 대동 길놀이’도 색다른 볼거리다. 춘향전 명장면들을 각색해 도심에서 펼치는 대규모 거리 행진이다. 요천로 광장에서는 댄스 동호회와 비보이 단체 춤 공연을 벌이고, 광한루원에서는 DJ와 함께 전자음악과 함께 춤을 즐기는 ‘한복 EDM 파티’를 열어 축제의 풍성함을 더한다.

 

◆‘미스춘향’ 문호 개방… 포럼도 열어

올해 춘향제는 국내를 넘어 세계인이 함께하는 축제로 발돋움하기 위해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한다. 한국의 최고 전통적 미인을 뽑아온 축제 대표 프로그램 ‘미스 춘향 선발대회’ 참가 자격을 해외로 넓힌 게 대표적이다. 이는 ‘춘향다움’이라는 춘향의 가치를 알리고 한국의 전통성과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1956년 처음 개최한 이후 68년 만이다.

변화에는 외국에서 먼저 반응해 캐나다, 일본, 베트남 등 5개국의 여성 84명이 참가 신청을 했고, 15일 펼쳐질 본선에는 5명이 진출한다. 남원시는 외국인 춘향이 선발되면 춘향다움의 가치를 해외에 알리고 우호 교류를 추진해 남원을 전 세계에 홍보할 계획이다.

춘향제전위원회 관계자는 “국내 미인 선발대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춘향선발대회가 한국문화(K컬처)를 세계에 확산시키고 춘향제가 글로벌축제로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100회를 앞둔 ‘국내 최장수 축제’ 춘향제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10일과 11일 춘향문화예술회관에서는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등 외국 유명 페스티벌 리더·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춘향제 100년, 지역축제 진화와 혁신’이라는 주제로 ‘남원세계축제포럼’을 열어 지역 축제의 사회적 역할과 글로벌 축제로 발전할 방안을 모색한다.

15일에는 예루원 야외무대에서 각계 전문가와 퓨전국악 공연팀 등이 참여해 새로운 정책 토크 콘서트 ‘보이는 이동 스튜디오’를 열어 ‘축제=도시발전의 강력한 경쟁력’이란 주제로 국제화·현대화한 춘향제의 오늘과 미래를 시민·관광객들과 논의하고 소통한다.

지난 2023년 남원 광한루원 앞에서 열린 춘향제 대동길놀이에서 시민과 관광객이 한데 어우러져 춤을 즐기고 있다. 남원시 제공

◆바가지 상혼 근절… 백종원도 힘 보태

남원시는 이번 춘향제를 통해 ‘바가지 없는 축제’의 전형을 만들 계획이다. 지난해 축제 난장에서 터무니없이 비싼 음식값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적이 있어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것이다. 지역 상인들에게 먹거리 부스와 농특산물·소상공인 판매 부스를 직영으로 임대해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고, 모든 메뉴는 가격과 중량을 표시하며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한 신고 제도를 운영한다. 농민과 마을기업, 지역 상인을 위한 다양한 직거래장터도 운영해 소득 증대로 이어지게 한다.

요리연구가이자 외식 경영 전문가로 이름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도 힘을 보탠다. 그는 남원에서 나는 추어탕과 멜론, 파프리카, 흑돈 등 고품질 신선 농축산물에 요리 노하우를 결합한 특별한 음식을 선보이며 막걸리 축제와 전통음식 난장을 지원해 관람객의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최경식 남원시장은 “춘향제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공연, 예술, 문화 축제로 거듭나 더욱 신명나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새로운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통해 국내 최장수 대표 전통문화축제의 묘미를 만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경식 남원시장 “백종원과 손잡고 ‘바가지’ 개선… 상생모델 만들 것”

 

“확 달라진 춘향제의 색다른 묘미를 만끽하세요.”

 

최경식(사진) 전북 남원시장은 제94회 춘향제 개막을 목전에 둔 8일 변화한 올해 축제의 특성을 강조하며 “대한민국 최장수 전통문화축제의 참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시장은 “94년의 장구한 역사를 품은 춘향제는 4·19와 5·16 등 우리 민족의 격변기 때조차 명맥을 이어왔다”며 “하나의 축제가 이렇게 오래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남원시민과 춘향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관심, 참여가 수반됐기 때문”이라고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이런 호응에 힘입어 올해 축제도 춘향을 사랑하는 마음들이 모여 ‘형형색색 글로벌 춘향제’를 표방하며 성찬을 치른다. 행사 기간을 예년보다 이틀 더 늘렸고 프로그램도 차별화했다.

 

최 시장은 “가장 큰 특징은 ‘세계화’와 ‘참여’ 코드 장착”이라고 소개했다. 축제 성격도 국내를 넘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방책으로 미스춘향 선발대회 참가 자격을 국내에서 외국으로 넓혀 다양한 민족, 세대가 참여하도록 했다. 참여객이 관람에 그치지 않고 누구나 직접 춘향전 등장인물로 변신해 한복 파티를 즐길 수 있는 체험형 행사를 대폭 늘렸다. 축제성과 정체성을 동시에 확보한 셈이다.

 

최 시장은 지난해 뜨내기 업체의 ‘바가지 요금’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부분도 언급했다. 그는 “올해는 ‘요식업계의 미다스 손’이라 불리는 백종원 대표의 더본외식산업개발원과 협업을 통해 대폭 개선했다”며 “바른 먹거리를 제공해 지역과 상생하는 축제를 기대해 달라”고 자신했다.

 

최 시장은 “100년을 향해 달려가는 춘향제의 달라진 모습은 참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전통축제의 자존심을 지키는 선도적인 모델이 되도록 정성껏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남원=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