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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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생물다양성 감소, 인간·동식물에 질병 촉진”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감소, 침입종 확산 등 인간이 주도한 활동으로 인한 변화가 전염병을 확산시켜 인간과 동식물을 위협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논문 ‘글로벌 변화의 동인과 감염병 위험에 대한 메타 분석’을 발표하며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 손실이 세계 보건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강력하다고 전했다.

 

연구진들은 약 1000건의 과거 연구를 분석해 특정 질병과 생태계의 연관성을 파악했다. 연구는 생물 다양성 변화와 기후변화, 화학 오염, 외래종 유입, 서식지 손실 및 변화를 전 세계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5가지 ‘글로벌 변화 동인’으로 봤는데, 이중 외래종 유입을 제외한 4가지 요인이 질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아프리카 대륙에서 말라리아가 확산하고 야생동물 다양성 감소로 북미에서 라임병 발병률이 증가한 게 대표적인 예다. 

 

연구에 따르면 5가지 요인 중에서도 생물 다양성 변화가 질병 발병 및 확산 위험을 높이는 데 특히 큰 역할을 했다. 기생충과 병원균은 생존을 위해 풍부한 숙주가 필요한데 희귀한 종보다는 흔한 종을 통해 생존해 진화하기 때문이다. 노트르담대의 전염병 생태학자이자 연구 저자인 제이슨 로어는 생물 다양성이 감소함에 따라 희귀종이 먼저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며 “남아있는 종들이 유능한 종, 즉 질병을 전염시키는 데 정말 좋은 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가 라임병이다. 로어 박사는 희귀 포유류가 사라지면서 라임병의 주요 매개체인 흰 발 쥐가 더 우세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내에서 라임병 발병률이 증가한 이유도 이와 연관돼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화학 오염은 유기체의 면역 체계에 스트레스를 주고, 기후변화는 동물의 이동과 서식지를 변화시켜 새로운 종과 접촉해 병원균을 교환하게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질병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지타운대의 생물학자 콜린 칼슨은 “이 논문은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 손실이 있는 세상에서 보건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 중 하나”라며 “과학 분야에서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