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쓰러진 노인 구한 군인 "국민 생명 지키는 게 군인 본분"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 또한 군인의 본분이지요.”

 

도로 횡단보도에 쓰러진 90대 노인을 안전하게 구조하고 신속히 사후조처한 육군 제35보병사단 소속 박주호 상사는 9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하고 “언제, 어느 때든 군인으로서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육군 제35보병사단 소속 박주호 상사.

박 상사가 위기 상황에 부닥친 노인을 목격한 것은 지난 2일 오전 11시쯤 전북 남원시 도통동 한 교차로 인근에서다. 부대 업무를 위해 차를 몰고 이 지역을 찾은 그는 도로 횡단보도에 쓰러져 있던 한 노인을 발견하자 곧바로 차를 세우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당시 도로에는 이동하는 차량이 많아 빨리 조처하지 않으면 큰 교통사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우선 사고자의 의식을 확인하고 119에 신고해 구조를 요청했다. 사고자는 90대 남성으로, 의식은 있었으나 몸을 스스로 가눌 수 없었으며 얼굴 부위의 출혈이 심했다. 말을 걸었지만, 사고 부상 때문인지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 이해할 수 없었다.

 

박 상사는 우선 2차 사고 예방을 위해 출혈 부위를 간단히 지혈한 뒤 노인을 도로 밖으로 안전하게 옮겼다. 이어 사고자를 안정시키고 119에 조치 상황을 전한 뒤 그의 가족에게도 사고 소식을 알렸다.

 

뒤이어 119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하자 박 상사는 사고자를 최초 발견했을 때부터 이후 조치 사항까지 신속히 설명해 적절히 조치하도록 도왔다. 그는 119가 병원으로 떠난 뒤 사고자 가족에게 노인의 치아 상태 등 부상 부위와 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했다. 또 그 후에도 사고자의 회복 여부를 지속해서 확인하며 쾌유를 기원했다.

 

사고자는 고령으로 인해 노안이 심하고 지팡이 등 보조기구 없이는 이동에 어려움이 있으나, 당시 그는 홀로 외출해 횡단보도를 건너다 넘어져 꼼짝달싹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상사의 선행은 이후 사고자 가족이 부대 측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사고자 아들은 “쉽게 외면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한 군인의 빠른 응급조치 덕분에 고령의 아버지께서 더 큰 화를 모면하고, 건강을 회복게 됐다”며 거듭 감사를 표했다.

 

박주호 상사는 “사고자가 큰 부상없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놓인다”며 “군인으로서 생활하는 데 아버지의 영향이 가장 크게 미쳤는데, 못다 한 효도를 한 것 같아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광석 35사단장은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고자를 구한 박 상사를 치하하고 표창장을 수여했다.


임실=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