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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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트럼프 리스크에 독일 "안보 비용 더 많이 분담"

독일·미국 국방장관, 양자회담 가져
트럼프 재임 시절 양국 관계 '최악'

독일이 ‘경제대국이면서도 서방의 안보에 충분히 기여하지 않는다’는 미국 정가 일부의 비판적 시각을 불식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는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이겨 백악관에 복귀하는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과거 대통령 재임 시절 독일의 국방정책을 비판하며 주독미군 철수를 시사한 바 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왼쪽)이 9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 청사(펜타곤)를 방문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함께 미군의 의장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은 이날 미 국방부 청사(펜타곤)를 방문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양자회담을 했다. 두 장관은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원조 확대를 논의했다. 독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역내 2위의 경제대국답게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왔다.

 

오스틴 장관은 독일이 무기 지원은 물론 우크라이나 피난민 수용에 있어서도 유럽 국가들 중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을 거론했다. 이어 피스토리우스 장관에게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는 독일 정부에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에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독일은 미국의 확고한 동맹국”이라며 “우리 두 나라는 파트너이자 동맹국, 그리고 친구로서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를 두고 dpa는 “독일에 비판적인 미국 정계 일각의 분위기를 바꾸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에 대비하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최근 트럼프는 나토 회원국들 가운데 국방 예산이 국내총생산(GDP)의 2%에 미달하는 나라들을 겨냥해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는 무임승차자’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런 국가들이 러시아의 침략을 받아도 미국은 돕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왼쪽)이 8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까지 방위비 지출이 GDP의 2%에 못 미쳤던 독일은 올해부터 2% 기준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오스틴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점을 적극 강조하며 “독일은 나토 회원국들 간의 공평한 안보 비용 분담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다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집권 기간 미국은 거의 모든 유럽 동맹국들과의 관계가 악화했으나 그중에서도 특히 독일과 사이가 나빴다. 2017년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때 트럼프는 악수를 거부하는가 하면 메르켈의 얼굴조차 외면했다. 독일이 방위비 지출을 늘리지 않으면 독일에 주둔하는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위협까지 가했다.


김태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