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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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채상병 특검' 거부 시사… 공수처, 검사 3명으로 수사 계속할 듯

공수처, ‘채상병 수사팀’에 검사 3명 투입
‘채상병 특검’ 검사 20명에 비해 턱없이 적어
압수물 포렌식만 석달 걸려 ‘늦장 수사’ 논란도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채 상병 특검’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계속 수사할 가능성이 커졌다. 공수처는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한 특검법의 국회 통과를 전후로 핵심 관계자 3명에 대한 소환조사를 진행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공수처가 단기간 내 유의미한 수사 성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념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지금 경찰과 공수처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그것이 나중에 검찰로 송치돼서 또 2차 보완 수사를 거쳐서 아마 기소될 사람들은 재판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일단 믿고 더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사실상 거부권(재의 요구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공수처의 수사 진행 상황은 녹록지 않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현재 이 사건에 3명의 검사를 투입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수사4부 인력은 이 부장검사를 포함해 총 5명이며 추가로 차정현 수사기획관(부장검사)이 수사4부 업무를 겸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6명 중 3명은 ‘전현희 표적 감사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는 게 공수처 설명이다.

 

이 때문에 현재 채상병 수사팀 검사는 사실상 3명뿐이다. 국회에서 통과된 채상병 특검법이 시행될 경우 투입 가능한 검사 수(20명)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채상병 특검법에 따르면 특별검사는 20명의 파견검사와 40명 이내의 파견공무원의 파견을 요청할 수 있고 40명 이내의 특별수사관을 임명할 수 있다.

 

이 같은 공수처의 인력 부족은 불가피한 ‘늦장 수사’로 이어지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1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 등을 포함한 국방부 및 해병대 관계자들을 압수수색했다. 이때 압수한 증거 자료에 대한 포렌식은 석달이 지난 4월 하순에서야 완료됐다. 공수처 관계자는 당시 포렌식 완료까지 세 달이나 걸린 이유에 대해 “포렌식 수사관이 3명뿐인데다 장비 인력도 부족해 지체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도 지난달 말에서야 본격화됐다.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시스

이 와중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월 주호주대사로 임명됐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 출국 사흘 전 부랴부랴 4시간가량 형식적인 ‘약식조사’를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의 피의자로 출국금지 상태였던 이 전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한 이유에 대해 “공수처에 작년 9월 고발됐다는 것은 알았지만 공수처에서 소환을 하거나 이런 게 진행됐다면 검토를 했을 것”이라며 공수처의 ‘늦장 수사’를 탓했다.

 

공수처의 사정을 잘 아는 한 변호사는 “공수처는 표적 감사 의혹 등 현안 사건들을 많이 맡고 있고 공소유지도 해야 하는데 현 인력상으로는 어느 한 사건에 집중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검을 한다면 수사 인력이 제대로 확충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특검을 하는 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