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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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포럼 “금투세 시행은 ‘부의 사다리’ 걷어차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포럼)은 내년 본격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한국 주식시장에 치명상을 입히게 된다며 정부와 정치권에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포럼은 10일 금투세 시행과 관련한 논평을 내고 “정부와 정치권은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한 번 좌절한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금융소득의 사다리마저 걷어찰 심산인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금투세는 주식 및 파생상품, 채권 등의 투자 이익에 대해 매기는 세금이다. 상장주식은 5000만원, 기타 금융상품은 250만원이 넘는 이익에 대해 과세한다. 당초 2023년 시행 예정이었으나 여야 합의를 통해 시행 시기를 한차례 유예됐고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정부·여당은 완전 폐지를 주장했으나 야당은 이를 ‘부자 감세’라고 비판하며 차질 없이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포럼은 “연간 5000만원 이상 버는 상위 1% 투자자들이 세금을 새로 내면 끝나는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금투세 대상자는 전체 투자자의 1%에 불과한 15만명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지난 10년간 연평균 5%에 지나지 않는 한국 증시 총주주수익률(TSR·Total Shareholder Return)을 대입하면 과세 대상 투자자의 투자금은 인당 최소 10억원 이상이라고 포럼은 설명했다.

 

15만명이 10억원씩을 현재 한국 증시에 투자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투자금은 최소 150조원에 달하며, 이는 한국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 약 2500조원의 6%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포럼은 “(금투세가 시행되면) 이들의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상당한 돈이 해외 시장으로 빠져나가고 한국 주식 가격은 상승 동력을 그만큼 잃을 것”이라며 해외 주식 접근성 향상으로 한국 증시가 미국, 일본 등과 경쟁 중이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5년 동안 80% 이상 오른 미국과 일본 증시가 있음에도 한국의 투자자들이 같은 기간 동안 20%도 오르지 않은 한국 증시에 투자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세금”이라며 금투세 시행 후 수십조원이 투자처를 해외로 옮긴다면 한국 증시가 더욱 상승 동력을 잃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9년 설립된 포럼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자본시장 선진화를 추구하는 단체로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학계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