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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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10일 번복’의 법칙… 500명 해고→“5억달러 투자”

슈퍼차저 확대 ‘속도조절’ 언급 뒤
열흘 만에 “새 부지 찾기에 5억달러”
경쟁사 ‘파고들기’ 방지하려는 심산
과거 ‘온라인 전환’ 선언때도 ‘번복’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전기차 충전소 사업에 대한 입장을 열흘 만에 번복했다. 앞서 500명의 관련 인력을 해고하며 충전 네트워크 확대 속도를 늦추겠다고 밝힌 머스크는 테슬라의 충전소 슈퍼차저를 확충하는 데 5억달러(6855억원) 이상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머스크는 10일(현지시간) 엑스(X, 옛 트위터)에 “거듭 얘기한다”며 “테슬라는 올해 수천개의 충전기를 새로 만들기 위해 우리의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데 5억달러를 훨씬 넘게 지출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이는 새로운 부지와 (슈퍼차저) 확대에만 들어가는 비용일 뿐, 운영 비용은 넣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AFP연합뉴스

머스크의 이같은 발언은 슈퍼차저팀 인력 대부분을 해고한 사실이 알려진 지난달 30일 밝힌 입장과는 다소 상반된다.

 

머스크는 지난달 말 슈퍼차저 인프라 담당 책임자인 레베카 티누치를 포함한 약 500여명의 직원을 해고한 데 대해 “테슬라는 새로운 (슈퍼차저) 위치에 대해 더 완만한 속도(slower pace)로 추진하고, 기존 위치를 100% 활용하고 확장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부지를 활용하겠다는 입장이 열흘 만에 ‘5억달러로 새 충전소 부지 확대’로 바뀐 것이다.

 

머스크가 입장을 뒤엎은 배경엔 경쟁업체들의 공격적인 움직임이 깔려있다. 머스크의 ‘속도 조절’ 언급 이후 다른 충전소 설치·운영 업체들은 새 부지 찾기를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영국의 글로벌 에너지기업 BP는 지난 9일 성명에서 “우리는 네트워크 확장을 위해 공격적으로 부동산 인수를 모색하고 있다”며 “이는 최근 테슬라의 발표 이후 더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BP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테슬라에서 해고된 인력을 흡수할 계획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머스크가 주요 사업 방침을 열흘 만에 뒤집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2019년 테슬라의 오프라인 매장 대부분을 닫고 온라인 판매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열흘 뒤 이같은 방침을 철회했다. 건물주들이 임대 계약 해지를 거부해서다. 당시 머스크는 온라인 전환 대신 차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