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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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마약사범 날로 느는데… 재활센터 확충 가로막는 ‘님비’ [심층기획]

10대 마약사범 1년 새 2배 증가
35세 이하, 전체의 46.5% 달해
낮은 연령대… 재활 필요성 불구
서울·인천·부산·대전 등 4곳뿐

정부 신설 계획 주민 반발에 제동
강동구 설치 “전면 재검토” 선회
전문가 “중독자 방치 위험 더 키워”

“이곳에 안 왔다면 저는 계속해서 마약을 하다 망가졌을 겁니다.”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중독재활센터에서 만난 이모(49)씨는 2009년 현실을 도피하려 필로폰에 손을 댔다 10년 넘게 인생을 저당잡혔다고 털어놨다. 두 차례 옥살이까지 하고 나왔지만 한번 맛본 마약은 쉽게 끊을 수 없었다. 마음을 다잡은 이씨는 2021년 8월부터 마약류 중독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중독재활센터에 다니기 시작했고, 지난 3년간 마약에 손을 대지 않았다. 이씨는 “아픈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 약을 끊을 수 없다는 걸 인정하지 못한다”며 “센터에 와야 뭐라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이곳에서 ‘회복상담사 양성 과정’을 수료한 뒤 마약중독 치료를 받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나설 계획이다.

박영덕 중앙중독재활센터 센터장이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중독재활센터에서 마약 자조 모임 관련 유인물을 들고 있다. 박 센터장 뒤로 보이는 두 방은 상담실. 수년 전 마약 중독 때문에 이곳을 찾았던 그는 지금은 센터장으로서 중독자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최근 국내 마약사범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마약류 중독자의 재활을 돕는 중독재활센터는 전국에 단 네 곳뿐이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중독재활센터 추가 설립에 나서고 있지만 지역 내 반발에 부딪혀 무산 위기에 놓였다.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 강동구에 개소하려던 서울 동부 함께한걸음센터(중독재활센터의 새 이름)가 주민 반발에 부딪히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전국의 마약류 중독재활센터는 ‘중앙’(서울), ‘인천’, ‘영남권’(부산), ‘충청권’(대전) 네 곳뿐이다.

국내 마약사범이 급증하면서 중독재활센터의 추가 설립 필요성은 높아진 상황이다. 정부의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 마약사범은 2만8527명으로 1년 만에 46.7% 급증했다. 특히 같은 기간 10대 마약사범은 463명에서 1551명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2022년 대검찰청 통계에서 전체 마약사범의 46.5%는 35세 이하로 집계됐다. 마약사범의 연령대가 낮은 만큼 이들을 위한 재활시설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올해까지 전국 17개 도에 중독재활센터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마약류 안전관리 분야 사업 예산은 377억원으로 전년도(174억원)보다 85% 증액했고, 중독재활센터 설립 예산도 10억원에서 73억원으로 늘렸다. 하지만 정작 센터 설립 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중독재활센터 확충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게 됐다.

강동구에서는 주민들이 지난 2월부터 시청과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중독재활센터 개소를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4월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들이 백지화 공약을 내걸며 불을 지폈다.

 

지난해 9월 민간 마약재활시설인 ‘다르크’ 경기지부도 주민 반발 속에 폐쇄됐다. 시에서 운영 중단을 결정한 것은 현행법상 정신재활시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 이유였지만, 요건을 갖춘 뒤에도 지역사회 반발에 부딪히며 이전을 거듭하다 문을 닫았다. 이곳 퇴소자 2명은 다시 마약에 손을 대 지난해 10월 자진 신고로 수감됐다.

 

주민들은 재활시설 설립으로 마약류 중독자들이 오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우려가 다소 과장돼 있다고 짚었다. 박영덕 중앙중독재활센터 센터장은 “마약에 취해 흐느적대는 사람이 올 것 같겠지만 실제 현장은 무척 다르다”며 “센터를 찾아온다는 것 자체가 마약을 끊겠다는 결심을 한 사람이란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상 인근 학교 위치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경우가 많지만, 중독자 재활시설은 현행법상 이미 학교 경계 200m 밖에만 설치가 가능하다”며 “오히려 (마약류 중독자가) 관리를 제때 받지 못해 방치되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