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에 유상범·전주혜·엄태영 의원과 김용태 당선자가 합류했다. 정책위의장에는 정점식 의원이, 사무총장에는 성일종 의원이 임명됐다. 이로써 4·10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여당 지도부 진용이 완성됐으나, 친윤(친윤석열) 색채가 짙어 쇄신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12일 “시급한 현안인 민생 안정을 위한 ‘일하는 비대위’를 구성하고자 다양한 경험을 갖춘 능력 있고, 당 내외 소통이 가능한 인사들로 비대위원과 주요 당직자를 임명했다”며 이 같은 인선 결과를 발표했다.
지역 안배에도 공을 들였다는 설명이다. 22대 국회에서 재선이 되는 유 의원 지역구가 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이고, 엄 의원은 충북 제천·단양 출신이다. 21대 비례대표인 전 의원은 서울 강동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김 당선자는 이번에 경기 포천·가평에서 당선됐다. 당연직 비대위원인 추경호 원내대표(22대 기준 3선, 대구 달성)와 정 정책위의장(〃 3선, 경남 통영·고성)까지 출신지가 고루 분배됐다.
13일 당 상임전국위원회가 비대위원 임명안을 의결하고 향후 의원총회에서 정책위의장 인준까지 이뤄지면 ‘황우여 비대위’가 7인 체제로 정식 출범하게 된다. 아울러 추 원내대표는 배준영 의원을 원내수석으로 내정해 원내지도부 구성도 마무리됐다.
황 위원장과 추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상견례 성격의 고위당정협의회를 진행했다. 13일에는 윤석열 대통령 초청으로 당 지도부가 모두 참석해 만찬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협의회 후 브리핑을 통해 “총선 이후 첫 당정대 회의인데 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심기일전해 일체감을 갖고 민생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당·정부·대통령실 간에도 소통을 강화하고 당·정부·대통령실과 국민 간의 소통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전반적인 의료 개혁 방향과 의료계 집단행동에 따른 비상진료대책 등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새 지도부의 주요 임무는 전당대회 준비 및 관리다. 특히 전대 시기 및 당 대표 선출 방식을 어떻게 결정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애초 당내에서는 ‘6월 말·7월 초’ 전대가 중론이었으나, 황 위원장은 “시기를 못 박으면 후유증이 크다”며 전대 연기론에 불을 지폈다. 전대 시기가 늦춰지면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등판 가능성이 열릴 수 있어 일부 당권 주자들과 친윤계 인사들은 조기 전대를 통해 당 지도체제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당원 투표 100%로 대표를 선출하는 규정을 놓고는 현행 유지를 선호하는 친윤계·영남 출신들과 국민 여론조사를 최소 30% 반영해야 한다는 수도권·초선 당선자, 원외 그룹의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비대위에 3040 낙선자 모임인 ‘첫목회’와 원외 당협위원장 임시 대표단은 배제되고 친윤계가 대거 지도부에 입성하면서 현행 규정대로 조기 전대를 치르는 쪽에 힘이 실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황 위원장과 김 당선자를 제외하면, 검사 출신인 유 의원과 정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비대위원 5명이 친윤으로 분류된다. 더욱이 전 의원과 정 정책위의장은 전대 룰을 당원 투표 100%로 바꿨던 2022년 ‘정진석 비대위’ 출신이다. 엄 의원도 당시 조직부총장이었고 성 사무총장도 정책위의장으로서 당연직 비대위원을 지냈던 까닭에 일각에서는 정진석 비대위 시즌 2라는 뒷말도 나온다.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통합형 인선이 아니라 혁신형 인선이 이뤄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도 페이스북에 “국민의 눈높이에서 민심을 담아낼 수 있도록 수도권 낙선자들의 추가 인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수도권 원외 인사도 통화에서 “전대 룰에 손대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이는 인선”이라며 “썩을 대로 썩은 곳을 도려내지는 않고 자꾸 연고만 바르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