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부진 속에 대출로 버텨온 자영업자들의 자금 상황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가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 규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4년여간 50% 이상 늘었다. 특히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은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더 이상 ‘돌려막기’ 조차 힘든 다중 채무자였다.
◆ 자영업자 대출 1113조 육박
12일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개인사업자 가계·사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자영업자(개인사업자) 335만9590명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가계대출+사업자대출)은 모두 1112조7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유행 직전 2019년 말(209만7221명·738조600억원)과 비교해 4년3개월 사이 대출자와 대출금액이 각 60%, 51% 늘어났다.
특히 연체(3개월 이상 연체 기준)가 발생한 ‘상환 위험’ 차주(대출자)의 전체 보유 대출 규모는 같은 기간 15조6200억원에서 약 2배인 31조3000억원으로 뛰었다. 자영업자 대출액 가운데 2.8%가 위태로운 상태라는 뜻이다. 고금리 속에 연체 차주의 대출 증가 속도는 최근 더 빨라져 작년 3월 말(20조4000억원)과 비교해 불과 1년 사이 53.4% 급증했다.
문제는 자영업 대출자 가운데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추가 대출이나 돌려막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다중채무자’가 3월 말 현재 172만7351명으로, 절반 이상(51.4%)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대출잔액(689조7200억원)과 연체 개인사업 다중채무자 대출잔액(24조7500억원)의 비중은 전체 개인사업자 대출잔액과 연체 개인사업자 대출잔액의 각 62%, 79%에 달한다. 2019년 말(106만6841명·431조3100억원)과 비교해 개인사업 다중채무자 인원과 대출 규모는 각 62%, 60% 뛰었고, 연체 다중채무 개인사업자의 대출잔액은 12조1200억원에서 두 배가 넘는 24조7500억원으로 늘었다.
한은은 지난해 말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높은 대출금리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영업자의 소득 여건 개선이 지연되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부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밸류업에도 코스피, 급격한 상승은 없었다
최근 한 달간 코스피가 미국·중국 등 주요국보다는 낮은 ‘완만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2조원대 매수세를 보였지만, 기관·개인투자자들이 차익실현 매도에 나서면서 상승세에 제약이 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9일부터 5월10일까지 한 달간 코스피는 0.83% 상승했다. 상승세를 주도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로, 이 기간 2조914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하지만 지난 한 달 코스피 지수는 주요국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낮았다. 미국 다우지수(1.62%), 중국 상해종합지수(3.48%), 영국FTSE 100(6.29%), 독일DAX(3.85%) 등 주요국은 최소 1% 이상 상승했다. 특히 홍콩 항셍지수의 경우 이 기간 12.69%의 상승률을 보였다. 일본 닛케이225(-3.88%)정도가 우리나라보다 낮았다.
이는 기관·개인투자자들이 매도세를 보이면서 상승세를 제약했다는 평가다. 이 기간 기관투자자들은 2조1360억원, 개인투자자들은 7170억원어치를 팔았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통화에서 “기관투자자들의 경우에는 차익실현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초 정부가 제시했던 밸류업 프로그램 공개에 대한 기대감이 실제 공개 후 누그러진 것도 상승세 제약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금융당국이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지난 2일 코스피는 0.31% 하락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기업 자율을 우선시한 당국의 밸류업 가이드라인에 대해 ‘기업의 동기부여 부분이 아쉽다’면서 총점 ‘B-’를 부여했다.
매도 자금들은 다른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자금으로 꼽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7일 83조8411억원을 기록해 2006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치를 보였다. 이후 CMA 잔액은 소폭 감소해 지난 9일 현재 79조3180억원을 기록했다.
향후 코스피 경로 변수로는 무엇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가 꼽힌다. 연준이 5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올해 내 인하 시점이 9월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하고 있다. 이번 주 발표 예정인 미국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도 코스피 시장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최소 10조 반도체 프로그램 추진”
정부가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소 1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과 민간펀드 형식의 정책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반도체 분야에 초점을 맞춘 대규모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경기도 화성 소재의 반도체 장비업체 HPSP를 찾아 반도체 수출기업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반도체 지원 프로그램은 제조시설·후공정 등 반도체 전 분야를 포괄하는 것으로, 산업은행 정책 금융이나 재정·민간·정책금융의 공동 출자 펀드 형식으로 이뤄질 계획이다. 규모는 10조원 이상으로 추진된다.
최 부총리는 “간접적인 재정 지원 방식의 프로그램”이라며 “재정이 밑부분 리스크를 막아주고 민간과 정책금융이 같이 들어가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소부장이나 취약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분야의 R&D 및 설비투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그릇 하나를 만들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부터 소부장까지 아우르는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해 주요국과 경쟁한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반도체 업계는 간담회에서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일몰 연장 및 범위 확대, 첨단산업 인프라 지원 확대,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 간의 지원 격차 해소, 핵심 기술 양성과 보호,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 육성 등을 건의했다.
한편 최 부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민생회복지원금 추진에 대해 반대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최 부총리는 더불어민주당이 민생회복지원을 지급하기 위해 ‘처분적 법률’ 등을 거론한 것과 관련해 “헌법상 예산편성권이 행정부에 있다고 명시돼 있다”며 “위헌 소지가 크다는 의견이 다수인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처분적 법률은 행정부나 사법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집행력을 가지는 것으로, 최 부총리는 민생지원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법률을 국회에서 입법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