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정부 측이 법원에 제출한 의대 증원 논의와 결정의 근거 자료 내용을 13일 전격 공개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계 측 법률 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이날 정부가 의대 증원의 근거로 내세운 각종 자료와, 증원 규모를 결정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록 등을 대중에 공개했다.
이 변호사는 의대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집행정지 신청을 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의대생, 전공의들의 법률 대리인이다.
정부는 지난 10일 의대 증원 관련 집행정지 항고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등법원에 47건의 자료와 2건의 별도 참고자료를 제출했다.
보정심 심의안건과 회의록, 보정심 산하에 꾸린 '의사인력 전문위원회' 회의 결과 등이다.
의료계와 협의해 회의록을 남기지 않은 의료현안협의체는 보도자료 묶음을, 의대정원 배정위원회는 회의 결과를 정리한 내용을 참고자료로 냈다.
이밖에 각 대학의 의학교육 여건 등을 실사한 의학교육점검반의 활동 보고서와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및 중장기 수급 추계 연구,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 등 각종 연구자료도 냈다.
'전체 증원 규모 결정 관련 자료'와 '정원배정 및 이후 조치 관련 참고자료'는 별도 참고자료로 냈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되는 건 지난 2월 6일 심의에서 2천명이라는 증원 숫자를 결정한 보정심 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정심은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보건의료에 관한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법정 위원회다. 환자단체·소비자·노동자 등이 추천하는 수요자 대표, 의료단체가 추천하는 공급자 대표, 보건의료 전문가, 정부 위원 등이 참여한다.
당시 회의에서는 위원장을 포함해 전체 25명 위원 중 23명이 참석했다. 불참한 2명은 대한의사협회와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측이다.
복지부는 이 회의에서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의대 2천명 증원을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의료계는 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당일 20명이 넘는 위원이 참석한 회의가 1시간으로 너무 짧게 끝났고, 정부가 들고 온 2천명이라는 숫자를 확인하는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 증원 규모인 2천명이 너무 많다는 의견과 함께,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3천명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정심 회의에서 일부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2천명으로 강행했다고 지적하는 것과 관련, 정부는 다양한 논의를 거쳐 확정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복지부는 "참석한 위원 23명 중 총 19명이 찬성했다"며 "보정심은 만장일치로 의결하는 방식이 아니며,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 끝에 최종적으로는 안건 의결에 대해 이견이 없음을 확인해 의결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사인 위원 3명을 포함한 총 4명이 반대했으나, 반대의 경우에도 규모에 대한 이견이었고 증원 자체에는 찬성했다"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여전히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복지부의 설명은 순 거짓말"이라고 일축한 뒤 공개된 회의록을 통해 판단을 구하겠다고 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보정심 구성 자체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복지부의 거수기들이 의사 증원에 찬성했다는 이유만으로 그게 근거가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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