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추미애 VS 우원식’에 “건전한 당”이라 말은 했지만…복잡한 박지원의 속마음

제22대 국회의장 후보 ‘4파전’에서 ‘추미애 VS 우원식’ 맞대결로 교통정리
일종의 ‘딜’ 있었나…사퇴 조정식 의원의 ‘후반기’ 의장 도전 가능성 제기
‘나설 때 아니다’라며 불출마한 박지원…우선은 우원식에 ‘선전 바란다’ 응원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전남 해남·완도·진도군 당선인. 뉴시스

 

하루아침 교통정리로 ‘4파전’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경기 하남갑 당선인과 같은 당 우원식 의원의 맞대결이 된 차기 국회의장 선거에 ‘나는 나설 때가 아니다’라며 물러섰던 박지원 전남 해남·완도·진도군 당선인이 13일 “우원식 의원이 선전해주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날 오전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한 박 당선인은 “지금은 ‘내가 나설 때가 아니다’라고 해서 정리를 했는데, 오늘 아침 언론을 보더라도 ‘명심’이 추미애 당선인에게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명심(明心)’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의중을 말한다.

 

박 당선인은 “그렇지만 우리 우원식 의원이 출마하고 있기 때문에 역시 민주당이 건전한 당의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한다”며 “어떻게 됐든 의원들이 잘 생각해서 결정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국회의장 선거 결과 예측에 관한 질문에는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경기 하남갑 당선인(오른쪽)과 같은 당 조정식 의원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국회의장 후보 단일화 논의를 위한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 내부 경선이 조정식·정성호 의원 사퇴에 따라 추 당선인과 우 의원의 양자 구도로 정리됐다.

 

당의 대동단결로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실현하는 ‘개혁 국회’의 마중물이 되겠다며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사퇴를 조 의원이 알린 데 이어, ‘친이재명계’ 좌장이자 이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5선 정 의원도 당의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열심히 하겠다며 후보에서 물러났다.

 

치열한 대결이 예상된 상황에서 순식간에 후보가 두 명이나 빠져 김이 새자, 우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결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나누듯 단일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끝까지 가보지도 않고 후보에서 물러나는 건 옳지 않다는 지적으로 풀이됐는데, 13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도 우 의원은 “개혁과 혁신을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선수(選數), 나이, 관례 이런 것을 이야기하니 앞뒤가 안 맞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최다선 6선인 두 사람이 국회의 관례를 존중하고 국회를 선도하는 모범을 보이자는 데 뜻을 모아서 합의했다’던 전날 조 의원과의 회동 후 추 당선인 입장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우 의원의 글에 박 당선인은 라디오에서 “하실 말씀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당이 일방적으로 흘러가면 안 된다”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정당에서는 서로 소통해서 타협을 할 수 있지만 ‘명심’이 이런 정리를 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게 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우원식 의원이 선전해 주기를 바란다”고 힘을 보탰다. 결과에 상관없이 우 의원이 완주로 참된 민주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는 응원으로 비쳤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같은 당 조정식 의원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본사회 정책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른바 ‘명심’이 추 당선인에게 향하고 다선이 의장에 오르는 관례에 따라 후보직에서 사퇴한 조 의원의 ‘후반기’ 의장 도전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박 당선인에게도 커다란 생각거리를 던진 셈이 됐다. 그간 추진력과 협상력 등을 두루 갖춘 인물이 국회의장에 선출되어야 한다고 내세우던 박 당선인의 불출마 선언 직후, 그의 후반기 도전 가능성이 제기된 터다.

 

지금은 자신이 나설 때가 아니라면서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경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던 지난 8일 박 당선인 SNS글 ‘전반기’ 언급이 특히 후반기 도전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 관례상 원내 1당에서 맡는 국회의장의 전반기에 나가지 않지만 후반기까지 그러겠다는 그의 말은 없어서다.

 

박 당선인은 자신의 총선 당선이 ‘노욕’이라는 지적을 불식시키고, ‘대단하다’는 평가를 지속해서 받겠다고 각오를 거듭 다져오고 있다.

 

회동 후 ‘최다선 국회의장 관례’ 강조에 조 의원이 전반기 의장을 양보하는 대신 후반기 의장을 맡는다는 암묵적 합의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는데, 동석한 김병기 의원은 ‘회동에서 후반기 의장 얘기도 있었느냐’는 취재진 질문을 “귀가 잘 안 들린다”는 말로 웃어넘겼다.

 

박 당선인은 ‘끝내 출마를 안 하기로 했는데, 후반기 국회의장에는 도전할 생각이 있나’라는 라디오 진행자의 질문에 “코앞의 일도 모르는데 2년 후를 어떻게 아나”라며 아직은 이른 질문이라는 취지로 일단은 말을 아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