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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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부터 20대 배달원까지…보이스피싱 대포통장·유심 유통조직 적발

5개 조직에서 22명 구속기소
보이스피싱 단계별 전문·분업화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통장과 대포유심을 대규모로 공급하던 국내 유통조직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검찰에 압수된 대포통장. 서울동부지검 제공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 6개월 동안 대규모 대포통장·대포유심 유통조직 5개를 적발해 총책 5명과 조직원 17명 등 총 22명을 구속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은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량의 대포통장과 유심을 사용하는데, 국내 조직들이 해외 보이스피싱 콜센터 등과 연계해 이를 조달하면서 국내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범행을 도운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서울 송파구를 거점으로 활동한 20대 또래 집단은 유령법인 12개를 설립하고 대포통장 약 60개를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유통해 피해자 40명에게서 약 13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오토바이 배달업에 종사한 또래들을 동원해 대포통장을 유통했다. 

 

검찰은 1990년대생 조직원 3명을 구속기소하고, 도주한 공동총책 2명을 추적 중이다.

 

명의자 모집을 위한 허위 대출광고. 서울동부지검 제공 

지방 조직폭력배 총책을 중심으로 한 유통조직은 허위 대출광고를 통해 명의자를 모집한 후 약 180여 개의 선불 유심을 개통하여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유통하다 적발됐다. 검찰은 총책 등 조직폭력배 3명을 포함해 조직원 7명을 구속기소했다. 

유령법인 설립 후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통장을 공급해 피해자 25명으로부터 약 10억원을 편취한 유통조직도 적발됐다. 이 또한 지방 조직폭력배가 연루된 조직이었다. 

 

비슷한 수법으로 약 5년간 유령법인 대포통장 141개를 공급해 피해자 26명으로부터 약 14억원을 편취한 유통조직도 적발됐다. 

 

피해자 14명으로부터 약 6억원을 편취한 투자사기 사건에 연루된 대포통장 유통조직은 일란성 쌍둥이 형제의 신분을 도용해 부산에서 도피하다 합수단에 덜미를 잡혔다.

 

대포유심이 사용된 휴대전화가 압수된 모습. 서울동부지검 제공

합수단은 2022년 7월 출범 이후 현재까지 총 485명을 입건해 170명을 구속했다.

 

이 기간에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은 2021년 7744억원에서 2022년 5438억원, 2023년 4472억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고 합수단은 설명했다.

 

합수단 관계자는 “최근 유통조직은 명의제공자가 수사기관에 검거될 경우 고액 아르바이트 등을 목적으로 한 일회성 범행으로 위장하는 등 조직적 매뉴얼을 동원해 추적을 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행에 이용된 유령법인이 조직원 구속 후에도 보이스피싱에 이용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추가 범행 방지를 위해 38개 유령법인에 대해 지난 1월 전부 해산 결정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합수단 관계자는 “최근에는 대포통장·대포유심이 리딩방 사기, 로맨스 스캠 등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도 널리 유통되고 있다”며 “배후에 있는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조직도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