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한테 조동욱(20)을 영입할 기회가 왔네요.”
지난해 9월1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KBO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한화가 지명권을 조동욱에게 행사한 뒤 한화 관계자가 웃으며 말했다. 당시 1라운드 1차 지명권을 갖고 있던 한화는 가장 먼저 황준서를 선택했고 다음 선택에서 망설임 없이 남아있던 조동욱을 골랐다. 당시 한화 관계자는 “황준서를 영입한 건 당연한 것이었고,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건 그 다음 지명권 행사였다”며 “이번 드래프트에서 조동욱을 영입한 건 큰 수확”이라고 기뻐했다.
조동욱은 큰 키에 좌완으로 노련한 투구가 강점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강속구 열풍이 불었던 최근 트렌드 탓에 드래프트 동기들보다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드래프트가 끝난 뒤 황준서를 향한 팬들의 사인공세가 이어질 때도 이 관계자는 “조동욱이 크게 될 선수”라며 “팬들은 사인을 미리 받아놓는게 좋을 것”이라는 농담을 곁들이기도 했다.
고졸신인 조동욱이 무너진 한화 마운드에 희망으로 피어올랐다.
조동욱은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키움전에서 선발 마운드에 올라 6이닝 1실점(비자책점)으로 막고 팀의 8-3 승리를 이끌었다. 3회 외야 수비 실책에 1점을 내줬을 뿐 공 70개를 던지며 3피안타 1볼넷으로 키움 타선을 꽁꽁 묶었다.
이로써 조동욱은 류현진과 황준서에 이어 한화 선수로 세 번째 입단 시즌 데뷔전 선발승을 거둔 고졸 신인이 됐다. 인천 동산고를 졸업한 류현진은 2006년 LG전에서 7.1이닝 무실점 호투했고, 황준서는 지난달 3월31일 KT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각각 데뷔 첫 승을 따낸 바 있다.
한화는 조동욱의 활약이 반갑기만하다. 한화는 올 시즌 탄탄한 마운드를 앞세워 5강에 들어갈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4월부터 한화의 성적은 꼬꾸라지기 시작했다. 170억원을 투자한 류현진은 평균자책점 5.56으로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 채 1군 엔트리 한켠만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 1선발로 활약했던 펠릭스 페냐 역시 평균자책점 5.55로 불안한 모습만 반복해서 보여주는 상황이다. 믿었던 김민우는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한화가 애지중지 키웠던 문동주는 2군행을 통보받은 뒤 아직 1군 무대에 서지 못하고 있다.
첫 승을 거둔 조동욱은 “준서와 친하다보니 굉장히 세세한 것까지 많은 조언을 해줬다”며 “퓨처스 타자들이랑 1군 타자가 다르다는 생각하지 말고 똑같다는 마음으로 던지라는 말이 참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발전 가능성이 높은 선수라고 밑고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하고 끌어 올리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후회 없이 던진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