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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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외국 정상들, 내 팔 잡고 ‘트럼프는 안 돼’ 호소”

G7, G20 정상회의 당시 에피소드 소개
"나는 외교와 기후 분야 전문가" 과시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적인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다신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하며 ‘외국 정상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를 들어 눈길을 끈다. 요즘 미국의 동맹국들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지는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의 심각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은 이날 미 서부 시애틀에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선거 유세를 했다. 그는 “여러분도 알다시피 나는 종종 국제회의에 참석한다”며 “왜냐하면 나는 세계 지도자들 대다수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고, 새로 취임한 지도자들 또한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로 운을 뗐다. 그러면서 미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는 주요 7개국(G7) 및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예로 들었다.

 

“G7이든 G20이든 진심으로 말하건대 저는 정말 불안합니다. 왜냐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죠. 우리가 회의를 끝내고 헤어질 때면 몇몇 국가 정상, 실은 참석한 정상 다수가 제 팔을 붙잡고 ‘그(트럼프)가 다시는 이겨선 안 돼요.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해요’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겨룰 예정이다. AP연합뉴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세계 각국이 체감하는 ‘트럼프 리스크’가 얼마나 심각한지 소개한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미국도 속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상당수가 국방 예산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조차 쓰지 않는 현실을 거론하며 해당 나라들을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무임승차자’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방위비 지출이 불충분한 유럽 동맹국이 러시아의 침략을 받는 경우 미국은 돕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아시아의 대표적 동맹국인 한국을 겨냥해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이 너무 적다”며 “왜 우리(미국)가 그런 부유한 나라(한국)를 지켜줘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미국이 원하는 만큼의 돈을 내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위협인 셈이다.

 

바이든은 그가 트럼프와 비교해 훨씬 더 우위에 있는 분야로 ‘외교’와 ‘환경’을 꼽기도 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동맹을 경시하는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상원의원 시절 오랫동안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한 경험을 토대로 ‘동맹과의 공조’를 강조하는 입장이다. 기후변화 위기를 일종의 ‘음모론’으로 여겨 무시하는 트럼프는 임기 중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이 최대 1.5도를 넘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파리기후협약에서 미국을 탈퇴시킨 바 있다. 하지만 바이든은 기후변화 위기의 심각성을 들어 2021년 취임과 동시에 미국을 파리기후협약 당사국으로 복귀시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이날 바이든은 “나의 전문 지식은 미국의 외교정책과 기후”라며 “내가 가장 공을 들인 것이 바로 이 두 가지”라고 외쳤다. 적어도 외교와 기후에 관해선 자신이 트럼프보다 훨씬 더 잘 아는 만큼 미국과 전 세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김태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