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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 “보수 지키며 혁신? 뜨거운 아아 같은 말…‘첫목회’ 보수 미래 논의 싱크탱크 되길” [22대 당선자에게 듣는다]

서울 도봉갑 국민의힘 김재섭

“전대 룰 개정도 못하면 아무 것도 못해
尹 채 상병 특검 무조건 반대 능사 아냐”
‘민주 텃밭’ 강북서 승리한 30대 정치인
“출산·육아·교육 등 체감 바탕 문제 풀 것”
“보수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혁신하겠다는 것은 제겐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 같은 느낌.”

 

이번 총선 서울 강북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국민의힘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자가 지난 10일 인터뷰에서 황우여 비대위원장의 취임사를 이같이 평가했다. 연일 ‘보수 결집’을 말하는 황 위원장에 맞서 김 당선자는 “이번 총선은 보수가 결집하지 않아서 패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중도층을 잡지 못했고, 젊은 세대 마음을 얻지 못했다. 혁신을 앞세워야 한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국민의힘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자가 10일 도봉구 선거사무소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남제현 선임기자

서울 도봉갑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15대 총선부터 내리 3선을 지냈고, 그의 부인이자 노동운동가 출신 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19대부터 21대까지 터를 닦아온 민주당의 대표 텃밭이었다. 그런 만큼 김 당선자는 ‘험지 중 험지에서의 승리’에 힘입어 단숨에 차기 당권 주자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김 당선자는 “우리 당이 많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투영된 결과”라며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개혁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으로서 늘 중심을 잡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김 당선자는 지난달 30일 갓 태어난 딸 아이가 살아갈 대한민국을 그리며 고민이 깊어진 모습이었다. 반면 ‘채 상병 특검법’ 이슈나 전당대회 등 당내 현안에는 거침없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다음은 김 당선자와 일문일답.

 

득녀 축하드린다. 일상의 변화가 생겼나.

 

“요새 조리원에서 눈을 뜨면 신생아실부터 찾는다. 아이를 데려와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동시에 고민도 생겼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이사도 했는데, 직주근접의 문제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저는 여의도로 출근하고 아내는 신촌으로 대학원을 다녀야 하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도봉에서 여의도·신촌까지 다니기는 쉽지 않다. 또 동네를 돌아다니면 재개발이 오랫동안 되지 않아 유모차가 다니기 위험한 좁은 도로들도 눈에 많이 띈다. 저출산 문제가 교통, 주거, 치안 등 굉장히 여러 가지 사회 문제들이 겹쳐 있는 고차 방정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0·40 젊은 보수 ‘첫목회’에 참여하고 있다. 당에 필요한 혁신은.

 

“총선에서 참패한 상황에서 우리가 수습해야 할 것이 있다면 지금 비대위에서 하는 것이 맞다. 첫목회가 ‘전당대회 룰 개정(당원투표 50%·일반국민여론조사 50%)’과 ‘집단지도체제’를 말한 이유다. 전대 룰을 바꾸는 것이 대단한 혁신이 아니다. 이마저 손보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지금 당이 내세우고 있는 보수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이라는 것은 사실 20∼3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 자유주의를 넘어 새로운 20·30세대 마음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첫목회가 보수의 미래 담론을 만들어내는 그런 싱크탱크의 역할을 잘했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사실상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의지를 내비쳤다.

 

“수사기관 수사를 거친 이후에 미진할 때 특검법을 한다는 것은 수사 프로토콜(규약) 상 맞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오히려 ‘(특검을) 받겠다’고 던지고, 대신 특검의 대상·범위나 특검 추천권 등 내용을 상의한다고 했다면 국민들이 대통령의 변화를 체감했을 것이다. 무조건인 반대가 능사가 아니고, 국민의 지지를 얻기도 힘들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설은 어떤가.

 

“한동훈 위원장은 우리 당의 중요한 자산이다. 다만 총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기 때문에 상처가 굉장히 깊은 상황이니, 이번엔 쉬시고 상처를 충분히 회복하고 다른 기회에 우리 당을 이끌어가는 주역 중 한명으로서 등장하시면 좋을 것 같다.”

 

–당 대표 하마평에 올랐다. 집단지도체제로 바뀌면 당 대표 출마하나.

 

“강북에서 유일하게 당선된 제게 거는 기대가 엄청 크시다는 것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그 전에는 좀 더 배우고, 지역도 좀 챙기고 싶다고 말했는데 정치인이 정치인 마음대로만 갈 순 없지 않나. 국민의 뜻대로 당원의 뜻대로 가야지. 정치는 생물이니깐. 출마는 계속 고민하고 있다. 다만 원내대표가 영남권에서 나왔으니 당 대표 선거에선 수도권 주자들에게 힘이 실리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하고 싶은 정치는.

 

“배려 대상으로서의 청년은 싫다. 30대 국회의원의 특권이자 의무는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미래 세대를 책임질 20·30·40세대가 겪는 실체적인 문제들을 저도 같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이고, 그것들을 바로 정치적 의제로 승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임기 내내 제가 겪는 출산·육아·교육 문제부터 기후위기·연금개혁까지 매일 피부로 느끼며 풀어볼 생각이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