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첫 1년을 이끌어갈 여야 원내대표가 13일 첫 회동을 가졌지만 별다른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 여야 원내사령탑은 1주일에 최소 한 번은 함께 식사하며 정국을 논의하자는 데에만 공감대를 이뤘다. 원 구성 협상과 채 상병 특검법,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지급 등 구체적인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13일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평소에도 인품이 훌륭하시고 소통 능력이 탁월하시다 해서 늘 존경하고 좋아하는 마음으로 지켜봤다”며 “여야의 협상 대표로 함께하게 돼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고 덕담을 했다. 박 원내대표도 보라색 넥타이를 맨 채 추 원내대표를 맞으며 “제가 가진 넥타이 중 가장 붉은 기가 있는 색으로 환영한다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신경을 썼다”고 화답했다.
덕담을 마친 박 원내대표는 본격적인 비공개 회담에 앞서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채 상병 특검법 △라인 사태 △원 구성 협상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추 원내대표를 압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자영업자가 한계상황에 몰려있다. 시급한 민생회복 지원대책이 필요한데,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해 추경편성에 적극 협조해주실 것을 기대한다”며 “추경 편성 협조 요청에 ‘호(好)’라고 대답해 달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던 시절,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며 추경편성에 반대, ‘추경 불호’라는 별명을 얻은 것을 빗댄 것이다.
원 구성 협상을 두고서는 “저도, 추 원내대표도 서로 강하게 말하고 있지만 총선 민심을 받들어 원 구성이 원만히 협의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총선 민심 수용 여부를 가르는 상징적 사안”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건의해달라고 했다. 라인 사태를 두고서는 “경제 주권을 지켜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 대응을 주문하면서 관련 상임위원회를 조속히 개최하자고 했다.
추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 요구와 관련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전날 원 구성 협상에 대해 “(박 원내대표와) 수시로 뵙고 대화하겠다”면서도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강행한다면) 대화가 아무것도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체계·자구 심사와 특검법 등을 소관하는 법제사법위원와 국회법을 소관하는 운영위원회 위원장은 민주당이 가져가겠다고 한 바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관례에 따라 국회의장 출신 정당이 아닌 정당에서 법사위를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운영위원장도 대통령 비서실을 소관하는 만큼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여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의장도 원내1당인 민주당 몫인 상황에서 법사위원장·운영위원장을 민주당이 독식한다면 거대 야당을 견제할 최소한의 장치마저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채 상병 특검법도 추 원내대표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 17표 이상이 이탈표가 발생하면 채 상병 특검법의 본회의 통과가 가능해서다. 당장 김웅·안철수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채 상병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고, 재표결은 무기명으로 진행되는 만큼 추가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 민주당은 14일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21대 국회 임기 종료 직전인 28일쯤 본회의를 열어 재표결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