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만나 북한의 도발과 공급망 불안 등에 함께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외부) 간섭을 배제한 채 마주 보고 가자”고 제안했다.
조 장관과 왕 부장은 이날 오후 5시(현지시간)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회담을 시작해 만찬까지 함께했다. 양국 외교수장의 대면은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이후 처음이다.
조 장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방문이 방문을 위한 방문에 그치지 않고 양국 간 얽혀 있는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서 한·중 관계가 앞으로 나아가도록 물꼬를 트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연이은 도발, 여러 지정학적 갈등,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지역 및 글로벌 차원의 다양한 도전 과제에 양국이 직면해 있는 만큼 양자관계뿐 아니라 공동의 도전에도 함께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올해는 중·한(한·중) 수교 이후 양국이 호혜 협력 관계를 발전시킨 지 32년이 되는 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동안 중·한 관계에 직면한 어려움과 도전이 현저히 늘어났다”며 “이는 양측 공동 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중국도 바라지 않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왕 부장은 또 “나는 한국이 중국과 함께 양국 수교의 초심과 선린·우호의 방향, 상호 협력의 목표를 견지하고, 간섭을 배제한 채 마주 보고 가며, 우리가 힘을 합쳐 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회담에서 조 장관은 탈북민을 비롯한 북핵문제에서의 중국의 협조를 구하고, 한국 참여가 거론되는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협의체)에 대한 우리 입장 등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후 첫 방중길에 오른 조 장관은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한·중 관계 발전의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내는 첫걸음을 내딛고 오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민감해하는 이슈인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의 중요한 관심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제기하고 중국 측 의견도 듣겠다”고 말했다.
베이징 도착 후 조 장관의 첫 일정은 재중 한국 기업인과의 오찬간담회였다. 조 장관은 간담회에서 “양국 경제 관계가 과거의 상호 보완적 파트너 사이에서 이제는 경쟁하는 관계로 바뀌고 있다”면서도 최근 신설된 한·중경영자회의와 대한상공회의소·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간 정책 간담회 등 한·중 간 교류를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하며 “기업과 외교부가 한 팀이 돼 적극적인 경제외교를 펼쳐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윤도선 CJ차이나 총재는 “정부가 현지 기업들을 위한 정책이나 기업들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 더 청취하고 지원해 준다면 앞으로의 30년 동안도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더 크게 성장하고 더 높은 결과를 고국에 가져다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14일 중국지역 총영사들을 소집해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공유하는 공관장 회의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