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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삭감 바둑계 ‘고사’ 위기에…‘용산 가서라도 농성하겠다’는 조훈현 9단

‘바둑 황제’ 조훈현 9단,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바둑계 ‘고사’ 위기 우려
2020년 3월19일 당시 조훈현 미래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사무총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래한국당 지도부 총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비례대표로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의정생활을 했던 조훈현 9단이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풍전등화’ 위기에 놓인 바둑계를 살릴 수만 있다면, 용산 대통령실 앞에까지 나가서라도 농성을 하겠다는 취지의 각오를 내비쳤다.

 

우리에게 ‘바둑의 황제’로 널리 알려진 조 9단은 14일 한국일보가 공개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주도로 발의돼 국회를 통과한 ‘바둑진흥법’이 유명무실한 상황에 놓였다고 비판하는 대목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법은 그냥 폼으로 만드나”라며 “나라에서 진흥을 해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에 따라 대통령실,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자리를 가리지 않고 프로바둑기사들이 나가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분위기가 조성되면 자신도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8년 전 총선에서 ‘바둑의 전설’이 아닌 ‘새내기 정치인’으로 국회에 입성한 조 9단은 같은 해 8월 자신의 제1호 법안으로 ‘바둑진흥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대표적인 두뇌스포츠인 바둑이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인성과 정서 함양으로 건전한 문화생활을 이끌지만 낮아지는 국민적 관심으로 거듭 바둑 인구가 감소하고, 세계적으로 저변이 확대되는 것과 달리 축소되는 우리나라 바둑의 국제적 위상 강화를 위해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법안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바둑 진흥의 기본방향과 보급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된 바둑진흥기본 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바둑단체에 대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고 바둑전용경기장을 조성·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고 규정했다. 매년 11월5일을 ‘바둑의 날’로 정하고, 정부가 바둑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기관이나 바둑 단체 등에 대해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법안은 바둑진흥기본계획 수립 주기가 명시되지 않았다며 이를 ‘5년마다’로 고친 개정안을 거쳐 정비됐다.

 

법안은 있지만 바둑 보급과 인프라 확장 등 조성 등을 목적으로 국가 지원 사업을 운영하는 단체인 대한바둑협회에 주어지는 올해 예산이 ‘0원’이고 세계 바둑 랭킹 1위 신진서 9단 등 프로기사들이 소속된 바둑 단체인 한국 기원에도 지난해(17억1300만원)보다 줄어든 15억원의 배정 소식에 바둑계에서는 ‘홀대론’이 제기됐다. 대한바둑협회는 예산 심사를 주도한 기획재정부 청사 앞에서 올해초 시위를 펼쳤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도 바둑계 우려를 안다는 취지로 안타까워했다.

 

조 9단은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최소한의 ‘맥’은 잇게 해줘야 하지 않느냐며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바둑계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예산 논란을 바둑계의 산소 호흡기를 끊은 처사로 규정한 그는 ‘없던 예산을 새로 만들어달라는 게 아니다’ 등 연신 답답함을 호소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