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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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바라는 의료시스템은?… 서울의대 비대위 공모전 수상작 살펴보니 [오늘의 정책 이슈]

“‘3분 진료’는 한계가 있다. 의사가 보충자료를 추천해주는 게 어떨까. 감기 등에 대한 본인부담금은 올려야 한다.”

한 대학교병원에서 환자 보호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기 본인부담금 올리고, 병원버스 도입”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국민이 바라는 의료 시스템’을 주제로 공모 받은 글들 가운데 13일 대상을 수상한 50대 남성(서울 동작구)은 “환자 불만 1순위는 질문하고 원하는 답을 듣기에 부족한 시간”이라고 ‘3분 진료’의 한계를 지적하고 “보충자료를 적극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진료시간이 부족한 의사들이 인터넷에 떠도는 여러 정보 가운데에 환자의 증상 개선에 가장 적합한 보충자료를 추전해주는 것을 조언한 것이다.

 

그는 △주치의 제도 적극 도입 △중복검사 남용 소지 해소 △설명의무 이행시 일상적 수준과 실제 위험 차별화 △전공의의 환자 처방에 대한 교수·간호사 더블체크 제도적 도입 △의사 처방시 온천욕 등 약물 외 처방 도입 △감기 등 본인부담금 인상 △병의원 정보공개 △지방과 역할분담 체계화 △시군단위 의료공백 대안으로 병원버스 도입 등 여러 방안을 제시하고, “결론적으로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 투명하게 절차를 진행하고 정보를 개방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환자와 의사 관계에 웃음과 쌍방향 소통이 필요하고 적절한 평가와 모니터링이 이어져야 한다고 끝맺었다.

 

◆“필수의료 수가, 의료보험료 인상해야”

 

최우수상을 받은 50대 여성(전남 광주)은 “의료 시스템이 좀 더 개선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현재 의료 시스템에 불만을 가지긴 어렵다”며 “제 때 치료를 못 받은 적도 없거니와 비싼 의료비가 부담이기는커녕 가끔은 너무 저렴해서 놀라기도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굳이 불만이라면 이러한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는 일부 잘못된 관습과 정책, 그리고 의료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그나마 버티고 있는 지금의 시스템을 붕괴 시킬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꼽을 수 있다”며 “하지만 지금의 문제를 타계할 수 있는 정부의 필수 의료 및 지방 의료에 대한 투자의 문제나 의료보험 수가 문제를 누구도 개인적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필수의료 수가를 올려야 하고, 의료보험료 인상도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해야”

 

우울증과 자폐증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상담과 약물을 처방받고 있다는 30대 취업준비생(경기 남양주)은 “제가 겪고 있는 우울증과 자폐증은 죽을 때까지 낫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서 제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의사 선생님께서 약물과 상담을 통해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도 “이것만으로는 우울증이 낫는데 한계가 있다. 정신적으로도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들에게 간단한 일자리를 제공한다든지, 아니면 간단한 운동(요가, 걷기 등)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제안해 우수상을 받았다.

 

그는 “저는 18년 전부터 극심한 경쟁 때문에 우울증이 심해서 중·고등학교 생활이 악몽이었고, 작년에는 나쁜 결심을 했다”며 “아이들이나 제 또래들이 저와는 다르게 불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은 미래의 우리나라를 이끌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의료대란을 기점으로 제 또래들인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반드시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늦게 깨달아 송구, 자정능력 갖추자”

 

강희경 비상대책위원장은 “동료 선후배들과 의학 발전을 논하는 동안에 우리 의료는 국민과 환자가 원하는 모습이 아닌 게 돼버렸다”며 “저희의 책임이었음을 통감한다. 너무 늦게 깨닫고 이제야 나서게 돼서 송구하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개혁을 위한 국민과 의료계와 정부의 협의체는 현장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하며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상설기구로 설립되어 정권이나 공무원의 임기에 좌우되지 않아야 한다”며 “의료계도 스스로 자정 능력을 갖춰 환자 편에 서서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진정한 전문가가 되자”고 말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