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교제폭력을 방지하고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강남 교제살인’ 사건 등 교제폭력이 지속하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여가부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뒤늦게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여가부는 14일 ‘여성폭력방지위원회 제2전문위원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5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리는 회의에는 여가부, 법무부, 경찰청 관계자가 정부위원으로, 피해자 지원기관과 학계 및 관련 전문가가 민간위원으로 참석한다.
위원회는 교제폭력 방지를 위한 각 부처의 정책 현황을 점검하고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신영숙 여가부 차관은 “최근 교제폭력 사건이 다수 발생하고 있어 이를 근절하고 피해자 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관계 부처·각계 전문가와 긴밀하게 협력해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여가부는 강남 교제살인 사건 발생 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아 주무부처로서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세계일보 5월9일자, ‘강남 교제살인’ 3일째 침묵 일관하는 여가부…“여성살해 대책 마련해야”>
이에 여가부는 사건 발생 3일 후인 9일 “최근 교제폭력 사건이 지속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정책을 살피고 보완하겠다”는 신 차관 명의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신 차관은 입장문에서 “사건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피해자의 신상과 사진이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고인에 대한 명예를 보호하며 신상털기 등 2차 가해를 중지해달라”고 당부했다.
강남 교제살인 사건은 6일 지하철 2호선 강남역 근처 건물 옥상에서 최모(25·남)씨가 여자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긴급체포된 사건이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자친구의 이별 통보를 듣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최씨를 살인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송치했다.
경찰은 최씨 진술과 사건 전후 행적을 토대로 그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봤다. 그는 범행 2시간 전 경기 화성의 한 대형마트에서 흉기를 미리 구입했고 범행 직후에는 옷을 갈아입은 뒤 입었던 옷은 가방에 넣어뒀다. 수사 과정에서도 계획 범행임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다만 최씨의 신상 공개로 피해자에 대한 정보까지 무분별하게 퍼질 수 있다는 유족 우려에 따라 최씨의 신상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