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전격 단행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의 여진이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검찰 내부에선 기습 인사의 배경,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이원석 검찰총장 ‘패싱’ 여부 등을 놓고 뒷말이 나오는 가운데,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의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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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16일자로 발표된 대검 검사급 검사(검사장·고검장) 39명에 대한 신규 보임 및 전보 인사를 두고 검찰 내부에선 “당황스럽다”, “상상도 못 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부장검사는 “(중간 간부 등) 후속 인사를 어떻게 하는지를 좀 봐야 인사가 어떤 의도인지, 왜 이렇게 됐는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다들 이해가 안 간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총장이 이날 출근길에 한 발언의 뉘앙스를 놓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이 총장이 지난 2일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여파로 검찰 인사에서 사실상 패싱, 즉 배제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송 검사장은 부산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한 검찰 간부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이 총장이) 지난 11일 협의했다고는 하는데 시기 등 측면에서 이 총장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며 “이건 윤 대통령의 뜻”이라고 잘라 말했다. 고위 간부 대부분이 당일인 13일 오전에야 인사가 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검사 출신 변호사도 “(출근길 인터뷰를 보고) 이 총장이 인사에서 완전히 배제됐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 총장을 배제하고 인사를 했다면 김 여사 수사 때문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런 논란과 관련해 박 장관은 참모들에게 “이번 인사는 내가 주도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대통령실과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법무부는 “박 장관과 이 총장이 필요한 협의를 충분히 했다”고 밝혔지만, 이 총장은 좀 더 여유를 갖고 인사를 하자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20년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인사권 등을 놓고 대립한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총장 인사 패싱 논란과 함께 추 장관이 수사 지휘권을 발동하며 윤 대통령은 “밖에서 다 식물총장이라 하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인사로 무엇보다 김 여사를 향한 수사 전반에 영향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명품 가방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중앙지검 4차장검사는 당장 16일부터 공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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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후속 인사를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부장검사는 “고검장과 검사장들은 인사를 갑자기 해도 영향이 크지 않지만, 수사 실무자 격인 중간 간부들 인사를 이렇게 시간이 촉박하게 하는 건 좀 바람직하진 않아 보인다”면서 “수사는 해오던 스케줄이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김 여사 조사 방식에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 측근인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최종적으로 조율할 가능성이 큰 만큼, 소환 조사 대신 서면이나 방문 조사를 할 것으로 점치는 의견이 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요즘 직권남용 문제 때문에 검사장들이 수사에 잘 관여를 못 해, 수사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면서도 “김 여사 특검 얘기가 계속 나오니 김 여사를 소환 조사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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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검사장은 말을 아꼈다. 송 검사장은 이날 이임식에서 “서울중앙지검을 떠나지만 어느 곳에서도 공직자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며 “여러분도 이 검사장과 ‘국민을 섬기는 검찰’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전후한 줄사의는 이어지고 있다. 한직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된 주영환 부산고검 차장검사는 이날 사의를 표했다. 주 검사장은 검찰 내부망에 “최근 형사사법 제도의 급격한 변화로 범죄 대응력이 느슨해졌다”며 “국민 안전과 행복을 지켜 줄 수 있는, 더 나은 형사사법 시스템을 희망해 본다”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