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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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째 신작 시집 들고 돌아온 도종환 "마당만 좀 쓸다가 돌아왔다"

“무엇 하다 왔는고?/ 시 쓰다 왔습니다/ 시 쓰다 말고 정치는 왜 했노?/ 세상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그래, 세상은 좀 바꾸었나?/ 마당만 좀 쓸다 온 것 같습니다/ 깨끗해졌다 싶으면 흙바람 쓰레기 다시 몰려오곤 했습니다”(‘심고’ 부문)
3선 국회의원이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역임한 도종환 시인이 14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신작시집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서정 시인이자 3선 국회의원인 도종환 시인이 ‘심고’를 비롯해 63편의 신작시를 엮은 열두 번째 시집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창비)을 들고 돌아왔다. 그는 14일 서울 서교동 창비본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2년간 정치판에 있으며 ‘너는 왜 거기 있느냐?’는 질문을 수없이 했다”며 “이번 시집에선 아수라장 같은 정치판 속에서 살았던 시간 동안의 고뇌의 흔적을 가을 물 같이 차고 맑은 문장에 담아내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도 시인은 시집 제목에 대해 “알베르 카뮈가 정오를 ‘균형 잡힌 시간’이라고 했는데, 그 균형이 깨진 시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성찰하지 않으면 내면의 짐승을 꺼내 거리로 내몰고 더 거칠고 살벌한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 어둠 속에서도 성찰을 말하는 사람이 시인이기 때문에 균형과 고요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중등 교사 시절 밀리언셀러 시집 ‘접시꽃 당신’을 발표하면서 일약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서정시인으로 발돋움한 이래 활발한 시작활동을 하다가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21대까지 내리 3선을 했다. 2017년부터 2년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도종환 시인이 14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시집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지난 정치 활동에 대해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었으나 마당만 좀 쓸고 왔다”며 “깨끗이 쓸어놓으면 어느새 쌓이는 먼지와 쓰레기를 이겨내지 못했지만, 문화 예술인과 영역을 위해 일하려는 사람들의 정계 진출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 시인은 앞으로 활동 계획에 대해선 다시 문학으로 주어진 역할을 해야 할 시기라고 답했다. 앞으로 ‘너는 왜 거기 있었는가’를 주제로 한 산문집을 출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