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유명 햄버거에서 ‘비닐장갑’…업체 증거물 회수한 뒤 입장 돌변 “마음대로 하라” 고객 무시

언론 취재 시작되자 본사 측 거짓말 의혹까지
유명 프랜차이즈 햄버거에서 비닐 장갑이 나온 사실이 확인돼 관할 관청의 시정명령을 받았다. 사측은 고객으로부터 햄버거 속 비닐장갑을 회수한 후 '그럴리가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으나, 구청 조사에서 결국 시인했다. 연합뉴스

국내 한 유명 프랜차이즈 햄버거 제품에서 비닐장갑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업체는 증거물을 회수한 후 입장이 돌변,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고객을 무시하다 결국 혼쭐이 났다.

 

사측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관할 구청의 불시 조사에서 잘못이 확인돼 시정명령을 받았다.

 

1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19일 모 매장에서 햄버거를 배달시켜 절반쯤 먹다가 치킨 패티와 야채 사이에서 비닐장갑을 발견했다. 음식을 조리할 때 착용하는 투명한 위생 장갑 한쪽이 통째로 들어가 있었다.

 

A씨가 매장에 연락했더니 점장이 찾아와 확인해보겠다며 문제의 햄버거를 가져갔다. 사측의 고객을 무시하는 행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점장은 증거물을 회수한 후 고객과 상의도 없이 배달앱을 통해 바로 주문을 취소하고, 고객에게 비닐장갑이 나온 경위를 확인해 연락해주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전화를 기다리던 A씨가 점장에게 연락했더니 "햄버거를 만든 직원에게 물어보니 그럴 리가 없다고 했다. 위생 장갑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난 것이 아니어서 보상해줄 수 없다.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당시 점장은 A씨와 통화를 하면서도 중간중간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등 성의 없이 전화를 받는 모습이었다.

 

A씨는 매장에서 잘못을 인정한 후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햄버거 할인 쿠폰이라도 주기를 바랐는데 고객을 무시하는 대처에 화가 나서 고객센터로 연락해 항의했다. 본사는 며칠 뒤 조리 과정에서 직원 실수로 비닐장갑이 들어갔다며 사과하면서도 음식을 먹고 탈이 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보상을 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그가 언론에 알리겠다고 하자 고객센터 측은 "사실 대로만 제보하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A씨는 이에 이런 사실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했다.

 

식약처의 통보를 받은 관할 구청은 불시에 매장에 대한 조사를 나가 A씨의 햄버거 조리 과정에서 실수로 비닐장갑이 들어갔음을 확인했다.

 

매장 측은 구청의 문제 지적에 잘못을 실토했다고 한다. 구청은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행정 처분할 예정이다. 영업자에게 유사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위생교육을 실시하고 식품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행정지도를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업체의 대처가 너무 미흡한 거 같다.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왔는데 배탈이 나거나 몸이 아파야만 보상을 해준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그럴 일(비닐장갑이 들어가는)이 없다며 확인해보겠다고 해놓고는 배달앱서 그냥 주문을 취소해 소비자로서 아무런 대응도 못 하게 했다. 고객을 무시하는 처사는 꼭 처벌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본사는 거짓말까지 했다. A씨에게 얼마의 보상금을 원하는지 말하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답변이 없어 보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장과 본사는 모두 A씨에게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나야만 치료비를 보상해줄 수 있으며 별도의 금전 보상은 못 해준다고 명확히 밝혔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측은 "내부 보고 과정에서 잘못된 내용이 전달됐다"고 거짓말을 인정하면서 "고객 응대가 미흡했으며 오랜 시간 느끼셨을 고객의 불편도 공감한다. 내부 회의를 가졌으며 고객을 찾아뵙고 사과와 적절한 보상을 논의하기로 했다. 앞으로 고객 응대에서 같은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프로세스를 전체적으로 재점검하겠다. 일선 매장도 본사 차원의 재교육과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