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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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mouse)가 바꾼 세상, 마우스(mouth)로 지배한다 [심층기획-검색 엔진도 ‘AI 시대’]

격화된 AI플랫폼 패권 전쟁

구글 ‘AI오버뷰’·오픈AI ‘GPT-4o’
사람처럼 말하고 듣고 결과물 도출

마우스·키보드 쓰던 검색 플랫폼
패러다임 대전환속 선점 경쟁 치열

美 주도 속 中 거대시장 앞세워 추격
美·中 ‘AI위험’ 공동관리 논의 주목

인공지능(AI)의 발달은 플랫폼의 시장 지배 경쟁을 가속화한다. 빅테크(거대기술) 기업들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플랫폼 장악 경쟁이 뜨겁다. 자국 기업의 혁신을 장려하면서 한편으로는 AI의 잠재적 위험을 규제해야 하는 각국은 자국 시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AI 규제 틀을 만들려 한다. AI 패권 경쟁이 강화되는 현 시점 세계의 모습이다.

 

구글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자사의 AI 모델 ‘제미나이’를 탑재한 검색 서비스 ‘AI 오버뷰’를 공개했다. 검색에 AI를 접목해 순식간에 방대한 정보를 처리하는 제미나이를 자사 전 제품에 탑재해 사실상 ‘제미나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전 세계 검색엔진 시장 90%를 점유하고 있는 구글이 자사 제품에 자사의 AI 모델을 접목하면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AI 선두주자인 오픈 AI는 전날 대화능력을 갖추고 반응 속도를 대폭 줄인 최신 AI 모델 ‘GPT-4o(포오)’를 공개했다. 오픈 AI가 추진 중인 AI 기반 검색엔진까지 상용화되면 오픈 AI의 플랫폼 장악력도 구글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할 전망이다.

 

빅테크 기업 간엔 경쟁뿐만 아니라 ‘전략적 협력’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픈 AI의 대규모언어모델(LLM) GPT를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 코파일럿을 전 제품에 탑재했다. MS는 자체 기술력으로 구글, 오픈 AI와 경쟁할 수 있는 새 LLM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드웨어를 주력 분야로 하며 자사 하드웨어에 장착하는 소프트웨어도 함께 공급하는 애플 역시 자사의 음성 비서인 ‘시리’에 생성형 AI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넓은 고객층을 고려할 때 어떤 AI 모델이 탑재되느냐에 따라 시장에 영향이 클 전망이다.

 

중국 역시 거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AI 산업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국 기업들의 AI를 활용한 플랫폼 장악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과 함께 AI 법제 논의에서 앞서 나가려는 각국의 협력과 경쟁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AI 안전 정상회의, 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REAIM) 등 다자 협의와 함께 각국은 양자 관계에서도 AI 관련 협의를 진행한다. 한 정부 관계자는 “AI 기술에서 앞서 나가야 하면서 동시에 규제도 해야 하는 각국이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AI 규제의 틀을 마련하려 애쓰는 상황”이라며 “각국의 기술 발전 속도, 산업 상황 등에 따라 유엔 내 법제 논의에서도 입장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AI 기술에서 경쟁하는 미국과 중국은 AI 위험을 공동 관리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AP통신은 양국 대표단이 1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AI 기술이 실존적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협의하는 비공개 회담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미·중 정상회담 합의 결과로 개최된 이번 회담에서 미·중은 AI의 군사적 활용을 비롯해 각종 규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AI 딥페이크 기술 등을 통해 자국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고 보는 미국은 이와 관련해서도 문제를 제기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홍주형·이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