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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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망명했는데 일제하 옥살이? 이미륵 공훈록 34년만에 정정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투신했으며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로도 유명한 고(故) 이미륵(본명 이의경·1899∼1950) 애국지사의 공훈록에 오류가 발견돼 국가보훈부가 뒤늦게 바로잡았다.

이 지사가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은 후, 같은 해 정부포상 결정문을 바탕으로 그의 공훈록이 작성된 지 약 34년 만이다.

이의경 애국지사 묘소에 참배하는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국가보훈부 제공

보훈부는 이 지사의 공훈록 중 '1920년 6월 29일 대구지방법원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아 옥고를 치렀다'는 부분에서 '옥고를 치렀다'는 표현을 삭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미륵박사기념사업회 등에 따르면 이 지사는 징역형 선고 당시 이미 독일로 망명한 상태였다. 그는 선고재판에 참석하지 않았고 옥고를 치르지 않았다.

보훈부는 공훈록과 기념사업회 설명이 서로 다른 이유를 묻는 연합뉴스 질의를 받은 후에야 공훈록 상 오류를 인지하고 정정했다.

강정애 보훈부 장관은 독일에 묻힌 이 지사의 유해 봉환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주 현지를 방문했지만, 공훈록 오류 사실은 전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34년 만에 오류가 바로잡히긴 했으나 보훈부가 독립유공자 공적 확인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압록강은 흐른다' 이미륵 애국지사.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보훈부 관계자는 "공훈록 작성 당시 정부포상 결정문의 근거가 된 일제강점기 판결문을 참고하다 보니 이 지사가 징역형을 받은 사실은 반영됐지만, 실제 옥고를 치르지는 않았다는 세부 내용까지는 반영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공훈록이 수정돼도 이 지사가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은 명백해 독립유공자로서 지위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899년 황해도 해주 출신인 이미륵 지사는 1919년 3·1운동에 가담한 것을 시작으로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수배를 피해 상하이로 망명한 뒤로는 임시정부 일을 도왔고, 1920년에는 안중근 사촌인 안봉근의 권유로 독일로 건너갔다.

독일에서도 항일 활동을 이어간 그는 1950년 사망해 뮌헨 인근 그레펠핑 묘역에 묻혔다.

이 지사가 1946년 독일에서 출판한 '압록강은 흐른다'는 작가가 유년 시절과 독일 유학을 회고하며 집필한 자전적 소설로, 한국 정신문화와 생활상을 서구에 알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지사를 포함한 독립유공자의 공훈록은 보훈부 공훈전자사료관(e-gonghun.mpva.go.kr)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