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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테이토번’에 육향 가득 소고기 패티…밀크쉐이크에 찍어먹는 감튀의 감동” [일상톡톡 플러스]

SPC 쉐이크쉑, 전국 27개 매장 오픈…프리미엄 버거 리딩하는 ‘원조의 진한 향기’
쉐이크쉑의 대표 메뉴 ‘쉑(Shack) 버거’와 ‘치킨 쉑(Chicken Shack)’. 김현주 기자

어느새 전국에 27곳이나 매장을 오픈한 SPC그룹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Shake Shack)’. 이제 쉐이크쉑 버거 열풍이 잠잠해져 한가할 거라 생각했던 기자의 생각은 역시나 ‘착각’이었다.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였던 지난 15일 오후, 실제 서울 종로구 소재 ‘쉐이크쉑 종각점’ 매장에 들어서니 내부는 이미 햄버거 등을 먹고 있는 고객들로 만석을 이루었다. 포장해가는 손님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외국인으로 보이는 관광객도 적지 않았다.

 

10·20대 젊은 층 위주의 고객일 것이란 예상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60·70대 노년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그렇다면 쉐이크쉑과 다른 프랜차이즈 햄버거의 차이점은 대체 무엇일까. 기자가 직접 구입해 맛을 보았다.

 

◆“버거는 패티 맛?…빵도 중요해”

 

우선 가장 기본인 ‘쉑(Shack) 버거’. 흔한 햄버거 빵이 아닌 감자를 원료로 한 ‘포테이토번’이 인상적이었다.

 

쉐이크쉑의 번은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로 유명하다. 국내 최고의 제빵기업인 SPC특허 토종효모를 사용해 직접 제조하는 만큼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사측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소고기 패티와 상추, 치즈, 토마토 등 내부 재료가 한눈에 보이도록 비스듬히 쌓은 점도 흥미로웠다.

 

한입 베어 물면 문드러지는 타사 버거와 달리 재료 하나하나의 식감이 살아 있었다. ‘크링클컷’으로 불리는 구불구불한 모양의 감자튀김도 바삭함과 부드러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감자튀김 위에 녹인 치즈가 얹어진 메뉴도 추가 금액을 내면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치즈 프라이(Cheese Fries)’는 뜨거울 땐 좋았지만 식을 경우 딱딱해지고 느끼해지는 점이 다소 아쉬웠다.

 

쉐이크쉑 ‘치즈 프라이(Cheese Fries)’. 김현주 기자

‘치킨 쉑(Chicken Shack)’도 별미였다. 갓 튀긴 치킨 패티의 풍미와 번의 조화가 다채로웠다. 특히 패티가 너무 뜨거워 혀가 데일 지경이었다. 주문 후 10분 정도 기다리니 전동벨이 울렸는데, 대기시간도 길지 않았고 미리 조리한 게 아닌 듯한 신선함이 입맛을 더욱 돋우었다.

 

케첩과 머스터드소스는 별도 코너에서 직접 ‘펌핑’해 본인이 원하는 양만큼 가져가 먹을 수 있는 점도 눈에 띄었다. 매장 곳곳에 티슈와 손소독제가 비치되어 있어 버거를 먹은 뒤 기름기 묻은 손을 닦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버거 등을 주문한 뒤 매장 직원이 즉석에서 조리하는 모습을 고객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점도 흥미로웠다. 일부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직장인 A씨(30대)는 기자에게 “쉐이크쉑 버거가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방문한다”며 “패티에는 육즙이 가득하고 번이 쫄깃쫄깃해서 좋다”고 말했다. 이어 “쉐이크쉑은 정기적으로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한정 메뉴를 출시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가심비’ 채워주는 맛과 양…“프리미엄 버거 시장 왕좌 지킨다!”

 

‘쉐이크쉑’은 국내 프리미엄 버거 시장의 포문을 연 브랜드다. 이는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로, SPC가 국내에 도입해 2016년 7월 강남역에 첫 매장을 오픈했다. 당시 허희수 SPC 부사장이 미국 쉐이크쉑 본사 회장인 대니 마이어를 직접 찾아가 도입 계약을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1호점 오픈 당시 오픈 전날 밤부터 1500명이 넘는 대기줄이 이어진 장관을 연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쉐이크쉑은 이후에도 추가로 점포를 열 때마다 2~3시간 이상의 대기줄이 생기는 등 열풍을 이어나가고 있다. 서울 강남점의 1년간 일평균 방문자 수는 3500~4000명을 기록한 바 있다.

 

쉐이크쉑 성공은 국내 프리미엄 버거 시장에 상당한 지각 변동을 가져왔다. 수퍼두퍼, 고든램지 등 해외 유명 버거 브랜드들이 줄이어 도입됐다. 기존 패스트푸드 버거 브랜드에서도 프리미엄 버거 열풍에 동참해 맥도날드는 시그니처 버거, 롯데리아는 AZ버거 등을 출시하기도 했다.

 

지역 상권 기반의 수제 버거 시장이 활성화 되어 ▲다운타우너 한남 ▲노스트레스 버거 ▲브루클린 더 버거 조인트 등 다양한 지역 버거 맛집들이 호황을 이뤘다.

 

이처럼 쉐이크쉑의 국내 진출로 촉발된 프리미엄 버거 시장은 다양한 브랜드가 도입되고 생겨나면서 크게 성장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버거 시장 규모는 2018년 2조 6000억원에서 2022년 4조원 규모로 급증했다. 지난해는 5조원 규모에 육박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쉐이크쉑은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전, 대구, 천안 등에 전국 각지에 27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진출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국내 프리미엄 버거 시장을 이끌고 있다. 연평균 25%의 매출 성장을 보이며, 브랜드 도입 당시 2025년까지 25개의 매장을 오픈 하겠다는 목표도 이미 조기 달성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쉐이크쉑이 ‘버거 춘추전국시대’라 불릴 정도로 경쟁이 심화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며 왕좌를 지키고 있는 데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값어치를 할까 했던 기자의 궁금증은 ‘기우(杞憂)’에 불과했다. 버거로 단순히 한 끼를 때우는 것을 넘어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채워주기에 맛도 양도 충분했다. 가히 내 인생의 버거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