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씨가 서울 강남에서 접촉 사고를 낸 뒤 경찰의 음주 측정을 피하려 자택으로 귀가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40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마주 오던 택시와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서울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김씨는 회사 차를 이용해 경기도 구리 인근에 있는 호텔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발생 2시간이 지난 10일 오전 1시59분엔 김씨 매니저가 경찰서를 찾아 자신이 운전대를 잡았다고 허위 자수했다. A씨는 자수할 때 사고 당시 김씨가 입은 옷을 입고 나왔다.
경찰은 차량 소유주가 김씨인 점을 확인한 뒤 A씨를 추궁했고, 결국 김씨가 뒤늦게 운전한 사실을 시인했다.
김씨는 경찰이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했음에도 응하지 않다가 사고 17시간이 지난 뒤에서야 경찰서를 찾았다. 김씨의 음주 측정은 사고 다음 날인 10일 오후 4시30분쯤 이뤄져 음주 여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김씨의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의 이광득 대표는 이날 입장을 내고 김씨가 유흥주점을 방문했으나 음주는 하지 않았고 매니저에게 자수를 지시한 것도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당시 김호중은 고양 콘서트를 앞두고 있어 음주는 절대 하지 않았다”며 “얼마 후 김호중은 먼저 귀가했고 귀가 후 개인적인 일로 자차를 운전해 이동 중 운전 미숙으로 사고가 났고, 사고 당시 공황이 심하게 오면서 잘못된 판단을 한듯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고 당사자가 김호중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너무 많은 논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두려움을 느꼈다”며 “현장에 먼저 도착한 다른 한 명의 매니저 B씨가 본인의 판단으로 메모리 카드를 먼저 제거했고, 매니저 A씨에게 김호중의 옷을 입고 대신 경찰서에 가 사고 처리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이 김호중 소속사 대표로서, 그리고 친척 형으로서 그를 과잉보호하려다 생긴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가 매니저에게 음주 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며 경찰에 대신 출석해달라고 한 녹취 파일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져 가담 정도에 따라 김씨에게 범인도피교사나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찰은 김씨 차량 블랙박스에 메모리카드가 빠져 있었던 점 등을 토대로 지난 14일 김씨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상태로 영장이 발부되면 사고 이후 김씨와 소속사 관계자들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TV조선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 출연으로 이름을 알린 김씨는 ‘트바로티’(트로트와 파바로티의 합성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인기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