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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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 필로폰 원료 숨겨… 180억어치 만든 중국인

인천서 18만명 투약분 제조 덜미

30대 한국인, 밀크티 등에 밀수입
강남·부산 등지서 유통·판매 시도
“시중 제품 위장 마약류 유통 주의”

시중에 판매하는 와인과 밀크티 스틱에 마약 원료를 숨겨 밀반입한 뒤 국내에서 제조해 유통하려던 이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최근 먹거리로 위장한 마약이 잇따라 유입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필로폰 제조, 판매 미수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향정 등)를 받는 중국 국적의 20대 남성 A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

와인병에 담긴 필로폰 원료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제공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3일부터 16일까지 인천 소재의 한 호텔에서 프랑스산 화이트 와인 6병에 액체 형태로 담겨 있던 원료 물질을 가공해 필로폰 5.6㎏을 제조한 혐의를 받는다. 이는 시가 186억원 상당으로 18만6000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필로폰은 제조 공정이 까다로워 완제품 형태로 밀수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A씨는 국내에서 필요한 도구들을 직접 구입해 필로폰을 제조하려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A씨가 원료를 숨긴 와인은 국내 백화점에서 5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과 흡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병 안에 들어있던 마약 원료물질의 색상 및 점성 등이 와인과 매우 비슷해 외관상으로는 분별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일명 ‘러미라’로 불리는 향정신성의약품 덱스트로메트로판 등을 밀수입한 30대 한국인 B씨도 특가법상 마약류 수입, 약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

 

B씨는 지난 2월 중국 선양에서 밀크티 스틱에 덱스트로메트로판을 섞거나, 술병에 프레가발린을 숨겨서 밀수입한 혐의를 받는다. 이 약들은 마약류로 분류돼 의사의 처방에 따라 판매·복용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다.

 

B씨는 두 약물이 마약 관련 검사에서도 검출되지 않는다고 홍보하고, 강남 및 부산 일대에서 유통·판매하려고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국내에서 대마 성분이 든 젤리를 모르고 먹었다가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발견된 가운데, 먹거리로 위장한 마약 원료가 유입되면서 마약 관리 주의보가 켜진 상황이다. 이들 식품은 생김새만으로 마약 성분을 알기 어려워 자신도 모르는 새 마약을 섭취할 수도 있다.

 

남성신 마약범죄수사대 1계장은 “최근 대마 합법화 국가를 중심으로 젤리·초콜릿 등 여러 기호품 형태의 대마 제품이 제조·유통되는 상황에서 시중에 제품으로 위장한 마약류 등이 밀수입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