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5개월여 만에 공식 활동을 재개했다.
대통령실은 16일 언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과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 오찬에 김 여사도 참석했다고 알렸다. 김 여사가 공개 일정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12월15일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 동행 귀국 이후 153일 만이다.
이달부터 윤 대통령의 정상외교 일정이 줄줄이 예고된 상황에서 김 여사가 영부인의 역할을 비공개로만 소화하기에는 제한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공개 활동을 재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들어 방한하는 외국 정상의 공식 일정에 김 여사가 계속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는 지난달 23일 루마니아 회담과 30일 한·앙골라 정상회담에서도 정상 배우자 간 친교 환담 시간을 가진 바 있다”며 “오늘도 똑같이 캄보디아 여사 측과 행사를 가졌다. 다만 양측 정부가 공식 오찬에 정상 배우자가 함께 참석하는 게 좋겠다는 합의에 이르러 더 추가된 일정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여사가 캄보디아 정상회담으로 공식 활동을 재개한 것은 2022년 11월 윤 대통령 동남아 순방 중 캄보디아 현지 병원을 방문해 심장병을 앓고 있던 옥 로타 군을 만나 치료를 도운 특별한 인연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는 이후 로타 군을 한국으로 초대해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고 로타 군은 건강을 회복해 캄보디아로 돌아갔다.
훈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김 여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훈 총리는 “김 여사의 따뜻한 지원을 여전히 기억한다”며 “영부인께서 캄보디아 심장병 환아의 수술을 지원해 주신 것은 중요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로타의 안부를 묻고, 오찬 뒤 로타의 심장수술을 도운 서울아산병원 박승일 원장과 최재원 교수를 소개했다.
양국 정상은 ‘한국-캄보디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양국 외교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윤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캄보디아와 교역·투자 협력을 확대하고 디지털 환경과 같은 미래 지향적 분야에서 협력 강화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훈 총리는 “캄보디아 경제 성장과 발전은 한국 기여와 분리할 수 없다. 경제, 인프라, 보건,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이 많은 기여를 했다”며 “한국과 굳건한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한편 양자·다자적 관계에서 양국 관계를 심화하고자 한다”고 화답했다.
야권에서는 김 여사의 공식 일정 재개를 놓고 “대한민국 대통령의 외교가 김 여사 방탄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최민석 대변인은 “총선 민의는 김 여사가 아무 일 없었던 듯 대통령 부인 역할을 수행하라는 게 아니라 특검 수사를 수용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