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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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교육청 ‘전자칠판 사업’ 또 전액 삭감

도의회, 2024년 예산안 심의 이어 부결
“일감 몰아주기 의혹 감사 진행 중”
신경호 道교육감, 특혜 의혹 반박

강원도의회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강원도교육청의 전자칠판 보급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제동을 걸었다. 도의회는 전자칠판 자체는 필요하다고 인정하지만 보급 기준이 일정하지 않고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돼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을 예산 삭감 이유로 들었다.

도의회는 도교육청이 올해 추가경정예산에 ‘정보화기기 및 전자칠판 지원’ 사업 명목으로 편성해 제출한 예산 155억55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고 16일 밝혔다. 전자칠판은 교사가 분필이나 마커로 직접 필기하는 일반 칠판과 달리 영상자료를 칠판에 띄워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수업하는 첨단 장비다.

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전자칠판 보급이 필요하다고 보이지만 선결돼야 할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승진 의원은 “지난해 전자칠판 예산 심사 당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일었고 이에 대한 강원도 감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업체 두 곳이 전자칠판 절반 이상을 조달하게 되는 점은 여전히 문제”라고 말했다. 조성운 의원은 “학교마다 전자칠판 보급 기준이 들쑥날쑥하다”며 “명확한 기준 마련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도교육청은 올해 예산안에서 도내 초·중·고교 498개교에 전자칠판 2000여대를 보급하겠다는 내용의 예산안을 세웠으나 도의회의 도교육청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된 바 있다. 당시 도교육청이 일부 업체에 전자칠판 납품을 몰아주려 한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도 감사위원회는 감사에 착수해 현재 사업 전반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교육계와 시민단체는 의혹으로 얼룩진 전자칠판 보급 사업 자체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강원교육연대 등 11개 시민단체는 이달 13일부터 연일 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교육청은 일감 몰아주기, 실효성 결여, 혈세 낭비로 정당성을 잃은 전자칠판 사업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은 “특정 업체를 도와주려는 의혹이 제기되는데 조사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춘천=배상철 기자 b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