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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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의대 증원’ 예정대로 간다

법원, 집행정지 신청 기각·각하
의대생 손해보다 공공복리 우선
정부 “큰 고비 넘어… 신속 추진”
의료계, 즉시 재항고 의사 밝혀

정부가 추진하는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이 사실상 확정됐다. 의대 교수와 전공의, 의대생들이 증원 절차를 잠정적으로 멈춰 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을 2심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의대생의 학습권이 침해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의료개혁이라는 공공복리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앞 모습. 뉴스1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16일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수험생 18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2025학년도 의대 2000명 증원·배분 결정처분의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기각·각하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증원·배분)의 집행을 정지하는 것은 필수의료·지역의료 회복 등을 위한 필수적인 전제인 의대정원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보인다”며 의대생 5명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의대 교수와 전공의 등의 신청에 대해선 ‘원고 적격’이 없다며 각하했다.

서울 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법원은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 이후 제기된 소송에서 의대생에 한해 처음으로 원고 적격을 인정했다.

 

지금까지의 집행정지 신청에선 ‘신청인들이 정부 처분에 대한 제삼자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각하됐는데, 항고심 재판부는 의대 증원으로 현 의대 재학생이 학습권을 제한받을 여지가 있다면서 신청인으로서 적격하다고 봤다.

 

법원은 다만 의대 증원을 중단하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의대생 신청인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의대 증원을 통한 의료개혁이라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정원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등 의대정원 관련 대국민담화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법원의 이날 결정으로 정부의 의대 증원 절차는 속도를 내게 됐다.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을 발표한 후 대학 자율조정을 허용하면서 2025학년도 의대 증원분은 1489∼1509명(차의과대 미정)이 됐다. 이를 반영하면 전국 40개 의대에서 최대 4567명을 모집할 수 있게 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법원 결정 후 대국민 담화에서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아직 본안 소송이 남아있지만 오늘 결정으로 정부가 추진해온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이 큰 고비를 넘어설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어 사법부의 결정에 따라 더 이상 혼란이 없도록 2025학년도 대학입시 관련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각 대학에서 증원과 관련해 진행 중인 학칙 개정을 마무리하고 수시모집 요강을 확정할 방침이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뉴시스

의료계는 즉시 재항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이병철 변호사는 “대법원 재항고 절차를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며 “대법원은 기본권 보호를 책무로 하는 최고법원이고, 정부의 행정처분에 대해 최종적인 심사권을 가지므로 재항고 사건을 5월31일 이전에 심리, 확정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각 대학이 이달까지 수시모집 요강에 의대 모집인원을 반영해 증원을 최종 확정해야 하는 일정 등을 감안하면 재항고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종민·정재영 기자